추석 연휴

시골집에 가다.

by megameg

오늘은 어머니 산소도 가고 집에도 가보자고 한다.

오랜만에 어머니 사셨던 집,

이젠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집.

가끔 시골이 그리울 때 누나나 우리만 찾아가는 집.


아버님께서 오래전에 이 집터를 보건소 자리로 기증하셨다고 한다.

보건소는 몇 년 전 오래된 이곳을 떠나 멋진, 새 건물로 옮겨갔다.

빈 이곳을 원래 기증했던 분의 가족에게 우선 매매한다고 해서 여보가 인수했다.

원래 어머니 댁은 지은 지 백 년이 거의 다 되는 집이었는데 나 결혼하기 훨씬 전에 지붕만 기와로 새로 올렸다고 했다.

너무 정감 있어서 내가 좋아했던 시골집이었지만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해서 어머니께선 이곳으로 옮겨 돌아가시기 전까지 사셨다.


여보는 먼저 선산 부모님 묘소에 가서 절을 올렸다.

흠~

그렇게나 정성스럽게?!

그 모습이 너무 경건해서 피식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장난도 못 치겠다.

기도라도 올리는 것처럼.

간절히 어머니를,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인가 보다.

산에서 사무실 화초 기둥으로 세워줄 대나무를 잘라 다듬어 가지고 어머니 사셨던 집으로 왔다.


텅 빈 집 마당엔 풀들이 맘껏 자라 있다.

그 꼴이 보기 싫은 여보는 땀범벅이 되도록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감나무에 대봉이 주렁주렁 달렸다.

가끔 여행 삼고, 휴식 삼아 들르는 누나가 자녀들 데리고 다가 가겠지.

누구라도 맛나게 자시면 좋으니까.

올해는 많이 열리지는 않았는데 탐스럽고 굵게 열렸다. 누나가 좋아라 하시겠다.

가지가 무거워 출입을 방해하지만 아까워서 자를 생각을 안 한다.


덥다.

그만하고 가면 좋으련만, 시작한 일은 끝을 보아야 하는 여보이니 기다리는 수밖에..

기다리는 동안 더 들고 올 책들이 있나 뒤적였다. 또 옛 글들을 뒤적였다.





2010년 2월에 쓴 글 - 4년 전 헐어버린 어머니집이 그리워 찾아 옮긴다.-




우리 어머님댁, 지은 지 100년은 족히 되었다고 한다.

18살에 시집오셔서 어머님의 평생을 살아오신 집이다.

한 40여 년 전에 기와만 새로 얹었다고 한다.

부엌도 옛날식 그대로 큰 가마솥이 3개 걸려 있고 구부리고 일을 해야 하는 열악하지만(?)

어머님께는 익숙한 이곳에서 아직도 일을 하신다. 사랑채 싱크대가 영 낯설으시다며....


옛날 사랑채가 있는 자리에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자식들이 가면 머물 수 있게 하셨지만 동네 사람들 대부분이 새로 집을 짓고 있으니 어머니께서도 아들들이 새로 집을 지었으면 하신다.

그러시면서도 어머니께선 당신이 활동하는 곳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신다.

아주버님께서는 다 헐고 깨끗이 정리한 후에 새 집에서 사시라고 말씀드리지만 어머니는 절대로 허락하지 않으신다.

그러려면 집 짓지 말라고 하시며..

그곳에 집을 지을 것도 아니고 땅도 넓게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 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의 평생이 거기에 있지 않은가!

도저히 관점의 전환을 하지 않으시려는 아주버님도 막무가내시다.

"내가 너희들 말 하나도 거스르지 않고 살았다. 그렇지만 이번만은 내 말대로 해라"라고 하신다.

"내가 살려는 것이 아니고 너희들 오면 편하게 있으라고 지으라는 것이다!"라고 하신다.

그렇게 해드리면 좋으련만..


작은 방 구들장에 연결된 굴뚝.

그 앞에 어머님 시집와서부터 쓰시던 절구도 있었고 나중에 구입해서 쓰시던 것도 있었는데

고물장수가 와서 몇 푼주고 들고 가버렸다고 하시며 아까워하신다.

진짜 무지 아깝다.

지난 시간이 묻어 있어 아주 보기 좋었았는데.


사랑채 뒤에 있는 감나무..

너무너무 달고 큰 대봉을 열게 하는 나무다.

딸이 덩치에 맞지 않게 억척스럽게 감을 따는 것을 보시면 엄마보다 낫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70여 년 된 단감나무도 있었는데 몇 년 전 태풍에 쓰러져 버렸다.

아이들과 감을 따며 재미있는 얘깃거리도 많이 있던 나무였는데 아깝다.

어머님 부엌의 한쪽 지붕이 이렇게 내려앉았다.

슬프다.

그래도 허물지 못하게 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면 좋겠다.

헤아리면 좋겠다.

우리 딸도 할머니의 마음을 알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 주었다.

고마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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