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 친구가 된 그녀에게..
첫눈에 그녀를 봤을 때,
나는 솔직히 질투를 느꼈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얼굴,
균형 잡힌 이목구비. 게다가 어리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듯 당당한 태도,
맑은 눈빛, 누구에게나 자연스레 미소 짓는 모습.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주인공처럼 보였다.
나는 일부러 마음을 닫았다.
굳이 뭘 나까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와 함께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여러 명이 함께 할 때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면,
나는 내 생각은 숨기고 상대의 의견에 동조하고
공감하는 것에 익숙했다.
굳이 이견을 말해 어색한 분위기가 되면 어쩌나,
나는 그냥 네 생각과 다를 뿐인데, 괜히 반대한다고 들리면 어쩌나.
그런 소심한 마음이 늘 한켠에 자리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 달랐다.
한참 어리고 신입이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근데, 왜 그러면 안 돼요?
잘못됐다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
그럴 수도 있죠.
근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다르게 볼 수도 있으니까,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웃는 낯으로,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말하는 그 지점.
바로 그게 결정적으로 싫었던 것 같다.
'나도 알거든. 그럴 수 있는 거.
그냥 굳이 말하지 않은 것뿐이야.
이럴 때는 그냥 들으면 돼. 적당히 웃으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웃음을 띤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은 불편했다.
카페에서 나란히 앉아 웃는
내 친구와 그녀를 바라볼 때,
함께가 싫어 거절했더니
둘만 있는 사진이 올라왔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질투와 불편함에 휩싸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왜 나는 그녀에게만 이런 감정을 느낄까.
친구와 그녀, 둘 다 빼어났다.
외모만 따지면 내 친구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에게는 거리감이나 질투를 느끼지 않았다.
둘의 차이가 무엇이길래.
친구는 자신의 어려움과 외로움, 고민까지
내게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속내까지 끄집어 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친구에게 공감하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 친구에게서 느낀 것은 질투가 아닌,
동질감이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어. 나랑 비슷해.
그런데 그녀는 달랐다.
그 밝음과 당당함, 타고난 자신감 앞에서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가끔씩 소소한 문제가 생겼을 때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 말고도 도와줄 사람은 많았으니까.
정확히는 도움 받을 일이 살아오면서
평생 없었을 것 같은 인생.
그녀는 내가 가진 부족함과 결핍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 같았다.
나는 그녀를 내 마음대로 평가하고,
자리를 제한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녀와 나는 같은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고,
부딪히는 시간이 늘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모습이 보였다.
생각보다 따뜻하고, 뒤끝 없으며,
무엇보다 공주님과는 거리가 먼 소탈함을 드러냈다.
힘든 날엔 먼저 다가와 사람들을 챙기기도 했고,
작은 선물에도 눈물이 맺히는 걸 보며,
“아, 이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하고 느꼈다.
그때부터 그녀는 나의 결핍을 비추는
불편한 거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 다가왔다.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내 멋대로 재단했던 그녀의 참모습을
그제서야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절친은 아니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아요를 누르는 친구가 되었다.
그녀가 변한 것이 아니다.
변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질투에서 인정으로, 거리감에서 편안함으로.
결국 마음이 편안해야
주변도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여전히 예쁘고 당당하다.
나는 이제 질투로 일렁거리던 마음 대신
고요하고 잔잔한 물결을 흘려보낸다.
누군가를 인정한다는 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과 같다.
질투는 타인이 아닌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관계란 결국
나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제 나는 조금 더 편안하게 사람들과 마주하고,
한결 여유 있게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삶은
그렇게 조금씩 더 가볍고,
부드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