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오지랖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자유란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외부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기에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머무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만 살 수 있을까요.
자유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우리가 결코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기에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추구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왜 우리는 '미국'하면 자유로운 이미지를 떠올리는지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일단 저에게 미국은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미친 국가였습니다.
'미친'은 좋은 의미와 조금 그렇고 그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은 것부터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은 제게 열정 가득! 모든 게 다 가능한 나라!
강한 나라! 이런 이미지였습니다.
대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만
제가 성장하면서 자연히 노출된 미디어와 책이 쌓이고 쌓여 무의식 중에 그런 이미지를 만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정말 '미친'나라의 이미지도 있었지요.
마약과 총, 그리고 파티에 물든 광란의 나라랄까요.
어떻게 보면 양쪽의 '미친'것이 같은 결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강함이 때로는 붕괴를 일으키고 열정이 과하면 폭발로 이어지기 쉬우니까요.
어찌 됐든 저에게 한국은 모범생, 미국은 반항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굳이 따지자면 안정을 추구하는 모범생에 가까우니 반항아의 나라로 가는 것은 큰 모험이기도 했지요.
자 그럼 과연 미국은 실제로 자유롭냐고요?
70%는 맞고 30%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자유롭습니다만, 그러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습니다만,
미디어에 비치는 만큼, 우리의 고정관념이 말해주는 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미국은 아~~ 주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죠.
이민자, 외국인, 혼혈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합니다. 땅이 넓고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니 획일화되기가 참 어렵습니다.
애초에 인종, 체형, 외모, 문화가 모두 다르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기가 불가능하니 각자 제멋대로 사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는 좀 다릅니다.
땅도 작고, 토종 한국인이 거의 대다수이죠.
인종이 같고, 인종이 같다 보니 체형과 외모도 비슷하고, 문화도 당연히 같습니다.
획일화되기가 매우 쉬운 조건이죠.
그렇다 보니 우리는 사회에 녹아들다 보면 서로에게 영향을 많이 주고받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히 아름다움의 기준, 성공한 삶의 기준이 하나가 되어버렸죠.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산다기보다는 그 기준을 향해 사는 사람이 많죠.
내 목표가 진짜 내 것인지, 사회의 시선의 것인지 모른 채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은 한국보다 확실히 자유롭습니다.
눈을 굴려도 눈치 볼 사람이 없습니다.
내 옆엔 드넓은 땅덩어리 외 넓디넓은 땅뿐..
사람을 찾기도 힘들지요.
그러나 자유롭다는 건 항상 좋은 걸까요?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고, 얽매이지 않은 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건 동시에 나를 지켜줄 보호막,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외로워지기 쉽고, 위험해지기도 쉽습니다.
자유로우니까요. 얽매여있지 않으니까요.
자유는 일상의 많은 면에서 해방감을 주지만 그만큼 무섭기도 합니다.
많은 홈리스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하고,
마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총기사고 소식도 들려오곤 합니다.
내가 쥐고 있는 자유만큼 안전도 반납해야 하는 느낌입니다. CCTV가 모든 곳을 커버하지 못하고, 사생활이 중시되다 보니 남의 일에 큰 관심도 없습니다.
내가 나를 지켜야 하는 것이죠.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으니까요.
모든 것은 명과 암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미국에서 한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아무리 미국이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여전히 동양인은 주류가 아닙니다.
그들의 눈에서 우리는 그저 동양에서 온 외국인 1쯤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는데, 그 한인 사회는 매~우 좁다고 합니다.
그만큼 끈끈하고 정이 오고 가지만 또다시 얽매임의 굴레에 빠지게 되는 거죠.
자유를 쫓아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한국보다 더 자유를 빼앗긴 채,
마치 졸업도 휴학도 없는 대학교 소수과에서 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분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마치 우주에 홀로 둥둥 떠다니며 별을 보는 듯한, 광활한 옥수수밭에 나 홀로 남은듯한
느낌을 받았던 정착 초기보단 지금이
훨씬 낫다고 하시더라고요.
참 아이러니하지요.
자유를 찾아왔지만, 또다시 스스로 얽매임의 굴레에 들어가는 것이 말입니다.
자유가 항상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귀찮은 관심이 꼭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지랖이라고 하는 바로 그것 말입니다.
저도 가족과 친구들의 오지랖, 아니 관심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