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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구마구 Dec 18. 2023

뽐내기 위한 뷰티와 숨기기 위한 뷰티

미국과 한국의 꾸밈에 대해서

미국의 뷰티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진한 메이크업 & 블링블링 네일아트 & 화려한 드레스가 떠오르시는 분들도,

노메이크업 & 레깅스가 떠오르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둘 중 뭐가 정답이냐고요? 둘 다 정답입니다. 미국은 힘을 줄 때는 '뽝' 힘을 주고, 힘을 뺄 땐 '뽝' 힘을 뺍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생 옷차림이 니트에 청바지가 기본이라면 미국은 후드티에 레깅스가 기본입니다. 대부분 내추럴하게 다닙니다.



저도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는 가벼운 메이크업을 하고 청바지를 주로 입고 다녔고, 기분 내는 날에는 치마나 재킷도 입었습니다. 저는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간은 하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에 오니 완전히 다른 세계더라고요. 화장은 대부분 하지 않고, 레깅스 차림은 물론, 심지어 잠옷을 입고 수업에 오는 친구들도 보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도 아주 편안한 옷차림에 노메이크업으로 학교를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물론 화장하고 싶은 날에는 화장했고, 예쁜 옷을 입고 싶을 때는 입었지만, 뭔가 한국에서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한국에서의 저는 화장을 하지 않은 날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요, 제 생얼을 보여주기가 부끄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단 한 번도 마스크를 쓴 적이 없습니다. 생얼이라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요.






그렇다면 일상이 아니라 파티에 가면 어떨까요? 파티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형형색색 화려한 드레스, 눈부신 액세서리, 멀리서도 눈에 띄는 화장을 한 여자 친구들을 볼 수 있고요. 평소 까치머리를 하고 다니던 남자 친구들이 수트를 쫙 빼입고, 머리에 왁스를 칠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훗~ 오늘 나 좀 꾸몄어.'를 한껏 자랑하는 메이크업과 복장입니다. 저는 유교걸이라 과감한 드레스를 입진 못했지만, 파티가 있을 때면 꽤나 진한 화장과, 한국에서라면 입지 않았을 원피스를 입곤 했죠. 뭔가 기분 전환이 되더라고요. 사실 한국에서 저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정말 멀었거든요. '단정의 정석'이라는 책 어딘가에 이름이 적혀있을 법한 스타일이었죠.



한국에서의 꾸밈이 '갖춰지지 않은 나'를 타인에게 비추는 것을 꺼려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미국에서의 꾸밈은 '갖춘 나'를 뽐내기 위한 것 같습니다.



한국이 '조금 더' 예뻐 보이고, '조금 더' 나아 보이는, 추레해 보이지 않음을 위한 꾸밈을 한다면,

미국은 '꽤 많이' 돋보이고, '꽤 많이' 강조하는, 표현하기 위한 꾸밈을 합니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는 나를 돋보이게 할 필요가 없는 일상에서는 편안한 복장으로 다니는 것이지요. 한국은 어디에서나 초췌해 보이면 안 되기에 일상에서도 최소한의 메이크업은 하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던 Drag Show


학교에서 보았던 Drag Show는 저에게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드랙(Drag)이란 '사회에 주어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으로 꾸미는 행위'라는 의미로 남성들이 여성성을 강조한 옷을 입고 공연을 하는 것을 드랙 쇼라고 칭합니다.


이 공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의 시선에선 복장에 대한 자유와 용기가 느껴졌고, 캠퍼스내에서 이런 행사를 허용한다는 것에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포화장'이 한국의 화장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도 일맥상통합니다. 한국의 화장이 하얀 피부와 생기를 위한 자연스러운 색조가 포인트라면, 미국의 화장은 뚜렷한 이목구비, 깊은 눈매, 진한 속눈썹이 포인트죠. 자연스러움을 선호하는 한국의 화장을 접하다가 교포분들의 진한 화장을 보면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합니다. 본인의 이미지 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미국식 화장의 특징 같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뷰티의 차이점은, 미국이 "이게 나야!"를 외치며 튀고 싶어 한다면, 

한국은 "나 괜찮지?"를 물으며 녹아들고 싶어 하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때에도 편안한 레깅스 입고, 때로는 빨간 양말도 신으며, 귀찮은 날에는 세수만 하고 다니고 싶었지만, 왠지 나만 튀는 기분, 나만 안 꾸미는 기분에 사로잡히기 싫었습니다. 



나를 뽐내기 위해 꾸미는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이 두려워 꾸몄던 거죠. 


미국에 와서 미에 대한 생각이 건강하게 바뀌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남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던 제가, 이제는 제 기분과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합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다니겠지요.



미국에서 6개월 만에 제 마인드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 이상 생얼로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렵지 않고, 제 다크서클을 남들이 본다고 해도 상관없으며, 하루쯤 빨간 양말도 신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걸로 만족합니다.




우리 모두 이런 마인드 가집시다!!

PS. 저는 한국에서의 화장과 복장의 제한이 단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학생들이 수업에 잠옷을 입고 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러나 한국의 꾸밈이 지나치게 남에게 얽매여 있다는 것은 분명 모두가 함께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의 있고, 깔쌈한 K-뷰티, K-패션에 조금의 자유를 얹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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