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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구마구 Dec 16. 2023

최저임금 3000원의 나라에서의 팁이란?

팁, 노동자의 권리를 왜 소비자가 보장하는가

미국 하면 팁, 팁 하면 미국이죠.


미국여행, 유학 등을 준비할 때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팁, 과연 의무인가?'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니 팁 그거 안 주면 안 돼?"라고 생각했습니다.


6개월 전의 제 모습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의무는 아니지만 너무나 당연한 관행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나라의 경우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당연한 관행이지요. 반말을 써도 되지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며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팁도 그런 느낌입니다. 지불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인 제재가 따른다든가,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지만 모두가 팁을 지불하고,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만 저는 팁 문화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표기해 놓은 가격에 서비스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

일례로, 친절한 기사님이 운전해 주신 우버에서 내린 후, 휴대폰 화면에 뜬 팁 화면을 보고 저는 'No tip'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잠시였지만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에도 돈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내 '내가 받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식적인 서비스 비용과 추가적인 서비스 비용을 따로 청구하며 소비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전적으로 떠넘기는 문화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것보다는 자율적으로 팁을 주는 게 더 낫지 않느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차라리 가격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차적으로 이렇게 영수증을 줍니다.
두번째로 팁을 적는 영수증을 줍니다.

(퍼센트에 따른 팁을 직접 계산해 둬 마치 친절한 듯 보이지만, 최소 18%는 줘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입니다.)






제가 팁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많이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종업원을 고용하는 주체가 임금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팁 문화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수고비의 명목으로 지불했던 것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입니다. 팁은 과거 유럽에서 노예 신분으로부터 해방된 흑인들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고용주들이 그들에게 아주 낮은 임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은 노동에 대한 정확한 대가를 받는 것 아니라 상대의 호의에 의존해야 했지요.



저는 그것이 잔인한 노예제도가 시대의 눈치에 맞추어 조금 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변했을 뿐,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크게 없는 형태였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부유층이 유럽에서 이러한 관행을 배워와 과시용으로 팁을 주었고, 이것이 결국 사회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팁을 받는 직업을 가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아주 낮습니다. 그들의 최저임금은 2.13달러로, 한화 약 3000원 정도입니다. 최저임금으로 도저히 일상을 유지할 수가 없지요.



그러니 그들에게 팁은 보너스의 개념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 권리를 보장해 주는 주체가 고용주가 아닌 고객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할 뿐이지요.





미드 <길모어걸스>의 장면으로 이 불편한 문화를 조금 더 와닿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부잣집 도련님인 이 캐릭터는 본인이 두둑이 팁을 지불했으니 하인으로 대우해도 된다는 마인드를 가졌죠. 이것이 과거의 노예제도를 완벽히 탈피한 것이 진정으로 맞을까요? 고객-노동자 관계를 넘어 갑-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옳을까요?



참고로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팁을 지불할 땐 생각 없이 기계처럼 지불하곤 하죠. 저도 그렇고요. 그러나 팁 자체가 이런 생각과 관행으로부터 자리 잡은 문화이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팁에 대한 부담감은 더 심합니다. 테이크아웃을 할 때에도 결제 창에 팁 선택 화면이 뜹니다.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종업원이 눈앞에서 저를 보고 있으면 굉장한 심적 부담이 됩니다. No tip을 누를 때면 마치 제 돈 주고 죗값을 치르는 느낌이랄까요.



"아니 내가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고 돈 주고 사는 건데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 돼!"라고 속으로만^^ 외칩니다.



잘못된 인식으로부터 비롯되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부담을 주는 문화로 남은 팁. 극히 일부이지만 한국에도 팁을 요구하는 가게가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불편한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 사실 모든 문화에는 장단점이 있고, 다를 뿐이지 틀린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팁 문화에서만큼은 도저히 장점을 찾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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