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회적 안전장치에 대해서
미국에 온 지도 벌써 3개월이 넘은 지금, 종종 이런 질문을 듣습니다.
“미국에서 계속 살 생각이 있어?”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NO입니다.
미국도, 한국도 각자 장단점이 있지만 미국에선 언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으로서 살아야 하고, 그 엄청난 장벽을 넘을 만큼 미국에서의 삶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인 가족이 있다면, 즉 미국인과 결혼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매우 희박한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느낀 미국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머문 곳은 미국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그리 긴 기간을 머문 것도 아니기에, 한 사람의 자그마한 의견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미국의 특장점은 ‘자유’입니다. 얽매인 것도 없고, 그리 바쁘게 달리지도 않습니다. 특별히 뛰어나지 않아도 직업을 가지기 쉽고, 삶에는 여유가 넘치지요. 모두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향하기에 남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다름에서 나오는 자유가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나는 나고, 너는 너이죠.
모두가 같은 형태로 존재하지 않아도 공존할 수 있는 이곳에 살며 제 작은 세상이 조금은 확장된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것이 가득 차 있어 흘러넘칠 것만 같은 제 삶을 비우고, 넓힐 수 있어 분명 행복했습니다.
분명 값진 시간들이었지만 영원히 이곳에 머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미국은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합니다. 안전, 고용, 의료 모든 면에서 그러하죠.
가장 먼저, 미국은 위험한 나라로 꽤나 이름을 날리고 있지요. 경험해 본 결과, 제가 한국에서 들었던 소문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위험하긴 합니다. 마약과 총, 이 두 단어만으로도 사실 게임 끝이죠.
한국이 최근 마약 관련 이슈들로 난리가 났지만, 저는 이곳에 도착한 후로부터 지금까지 언제 어디서든 대마초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맘을 먹으면 직접 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겁쟁이라 그럴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이곳에서의 대마초는 한국의 담배보다 살짝 인식이 안 좋은 정도인 것 같습니다. 대마초 냄새에 익숙해지는 제 자신이 신기할 정도로 흔하게 접할 수 있더라고요. 대마초가 그리 강한 마약이 아니라 해도, 20년 넘게 한국에서 자랐던 저에겐 여전히 버거운 존재입니다.
총은 어떨까요? 저는 총을 길거리에서 본 적은 없습니다. 총기 소지 합법 국가이지만, 일상에서 사람들이 뒷주머니에 총을 넣고 다니진 않습니다.미국에 오기 전에는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만 아니더라고요^^
그러나 미국의 대형마트인 월마트에만 가도 총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절차만 걸치면 총을 구매할 수도 있죠. 실제로 총을 가지고 다니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고는 단 한 번만 일어나도 되돌릴 수 없고, 예고도 없이 다가오기에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무서운 사건을 하나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밤 11시 정도에 주차비를 내고 주차를 한 후, 새벽 2시에 돌아오니 차가 없더라고요. 911을 부른 후, 다녀온 펍의 종업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우린 CCTV 없어~ 분명 견인회사가 끌고 갔을 거야" 하며 태연하게 대응할 뿐이었습니다. 견인이라는 이름 아래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한 저희는 150달러를 요구받았고, 경찰과 함께 가니 그제야 차를 돌려주더라고요. 참고로 저희는 경찰을 1시간가량 기다려야 했습니다.
냉소적인 펍의 종업원, 뻔뻔한 견인회사, 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찰을 보면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구나. 힘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국가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다음은 우리가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직장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미국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국가이다 보니 해고가 우리나라보다 자유롭습니다. 해고가 당일 통보인 경우도 흔한데요, 평소와 같이 출근해서 일하다가 상사가 미팅을 요청한 후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하기도 합니다. 그 즉시 컴퓨터가 잠기고 계정이 로그아웃 되면서 해고되는 것이죠.
물론 그만큼 고용도 유연해서 해고 후 일자리를 다시 찾는 것이 한국만큼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입사했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죠. 회사 발전의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고용문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고용된 입장에선 한 치 앞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한국에서 영어가 취직에 있어 굉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미국에서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것은 당연히 갖춰야 하는 사항에 불가합니다. 게다가 미국은 인맥사회입니다. 한국은 은밀하게 끌어주고 당겨주는 정도이지만, 이곳에는 추천 채용 제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채용비리 타이틀을 달고 뉴스에 나올만한 것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은 대망의 의료 시스템입니다. 미국의 의료는 악명이 자자하죠. 가격뿐만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좋지 않습니다. 응급실을 제외하면 병원에 워크인으로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 아프다 → 병원 간다 가 한국의 시스템이라면
나 아프다 → 전화한다 → 나 아파요 → 예약 잡아서 2주 뒤에 와라~ 가 미국 시스템입니다.
“저 지금 아파요. 2주 뒤엔 안 아플 거 같은데요..?”
"그럼 약국 가서 약 먹어라~ 많이 아프면 응급실 가렴~ “
믿어지시나요? 놀랍지만 제 경험담입니다
쓰다 보니 미국에 대해 악담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점에 초점을 맞추자면 이렇다는 거지, 사실 장점도 많습니다. 경쟁에 치여사는 한국보다 편안하게 살 수 있고, 어떠한 개성도 존중받을 수 있는 좋은 국가이죠.
그렇지만, 외국인으로서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한 미국에서 산다는 게 쉽지 않음은 분명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한국이 얼마나 살기 좋은 국가인지 다시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