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구마구 Jan 17. 2024

내슈빌, 테일러스위프트와 컨트리뮤직

핫치킨보다 더 핫한 음악도시

아마 내슈빌이라는 도시를 들어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내슈빌하면 떠오르는 거라곤 내슈빌 핫치킨이 전부였으니까요.



힙 그자체인 내슈빌

그러나 그 어떤 곳보다 미국스러운 도시가 내슈빌입니다. 미국 컨트리 뮤직의 뿌리이자 대표적인 음악도시이죠. 뉴욕 같은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심심치 않게 한국인들을 볼 수 있지만, 이곳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기에 진짜 미국을 느낄 수 있달까요.



그 유명한 테일러 스위프트도 음악 생활을 내슈빌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슈빌의 여러 바와 펍에서 공연을 하면서 커리어를 쌓은덕에 테일러는 내슈빌을 고향이라고 부르고, 내슈빌의 여러 클럽에서는 테일러의 노래를 즐깁니다.




라이브밴드입니다

내슈빌의 브로드웨이는 그야말로 음악 빼면 시체입니다. 아침 10시부터 라이브 뮤직을 연주하고, 술을 마시는 곳이니까요. 환히 떠있는 해는 그들의 흥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모여 라인댄스를 춥니다

한국의 클럽에서는 노래에 몸을 자유롭게 맡긴다면 이곳은 '라인댄스'라는 춤을 모두 같이 춥니다. 노래를 틀면 사람들은 재빠르게 같은 안무를 선보입니다.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는 '우와 어떻게 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안무를 알고 있는 걸까?' '대체 누가 가르쳐 주는 거지?'라는 의문으로 가득했습니다. 알고 보니 라인댄스는 전통이 깊고, 어렵지 않은 춤이기에 친구들에게도 배우고, 가족들에게도 배우며 자연스레 퍼져있다고 하더라고요.



춤과는 정~~말 거리가 먼 저이기에 처음에는 그냥 오~ 하고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곳에 와서 현지인들과 함께 춤을 춰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저도 친구들에게 라인댄스를 가르쳐달라며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달콤한 침대 위의 휴식을 포기하고 난생 처음으로 춤을 배우며 땀을 흘리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라고요. 노래를 틀기는커녕 친구의 구령에 맞춰 겨우 동작을 해내던 저는 처음에는 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정도의 실력이었습니다.



흘린 땀과 포기했던 침대에서의 시간만큼 실력이 조금씩 늘었고, 마침내 음악에 맞추어 외운 동작들을 다 해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춤’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비슷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당차게 클럽에 가서 아는 노래가 나오면 사람들에 뒤섞여 춤을 추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누구도 제 실력을 평가하지 않았고, 누가 잘 추고 누가 못 추나 가 아닌 그저 즐길 뿐이었던 그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안무가 기억이 안 나 헤매고 있던 저에게 원 투 쓰리 포를 외쳐주며 본인을 따라 하라던 예뻤던 언니(?)가 생각나네요. 노래가 끝나자 환하게 웃으며 저를 안아주었던 간지 나던 분이었습니다^^


무대가 따로 있었던 한 클럽

제가 경험한 내슈빌의 클럽은 진심으로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습니다. 다 함께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틀에 박힌 클럽의 이미지와는 정말 달랐습니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서로 간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고, 부츠로 리듬을 맞추고, 모자로 패션을 완성시키는 그 프로페셔널한 모습과, 노래가 끝나면 벅차게 숨을 내쉬며 웃는 얼굴들은 저까지 덩달아 기쁘게 만들더라고요.



꼭 춤을 추는 클럽만 있는 건 아닙니다.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술과 음식을 즐기는 바들도 정말 많습니다. 브로드웨이는 바와 클럽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음에도 어두운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음악으로 흥을 표현하는 멋있는 동네였습니다.




내슈빌의 밤

낮에도 흥이 넘치는 곳이지만 밤의 내슈빌의 활력은 그 어떤 도시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뉴욕과 라스베가스의 화려함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흘러나오는 라이브 밴드의 음악들, 그리고 카우보이와 카우걸들이 만드는 거리는 환상적입니다.

물론 그런 환상과 더불어 길거리의 노숙자와 대마초 냄새도 공존합니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이 너무나 작게 보일 만큼 내슈빌의 밤거리는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처음 제가 내슈빌에 도착했을 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였습니다. 늦여름의 밤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니 낯선 나라에 대한 두려움은 씻기고 기대만 남더라고요. 다른 문화, 다른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들었던 밤이었습니다.



내슈빌은 음악을 사랑하고 미국의 화려함을 느끼고 싶다면 꼭 가봤으면 하는, 제가 아끼는 도시입니다. 내슈빌 핫치킨으로만 기억되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입니다. 핫치킨보다 더 핫한 밤거리를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