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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구마구 Jan 15. 2024

클락스빌, 미국 시골의 할로윈은 어떨까?

달콤한 Trick or Treat

미국에 가기 전, 저는 '정말로 남녀노소 세대구분 없이 할로윈을 사랑할까?', '정말로 코스튬을 입고 학교에 갈까?' 이런 것들이 궁금했습니다. 직접 경험해 본 결과,미국은 할로윈에 진심이 맞습니다.



가족과, 친구와 각양각색으로 할로윈을 즐깁니다. 우리나라의 할로윈이 젊은 세대만의 행사라면 미국에서는 작은 명절에 가깝습니다.


직접 만든 잭오랜턴과 마트에서 파는 호박들

대학에서도 소소한 행사를 합니다. 다 함께 호박을 파내서 잭오랜턴을 만들기도 하고, 주말에는 동네 아이들을 초대해 사탕을 나눠 줍니다. 겁이 많아 가보지 못했지만 학생들이 직접 학교 건물들을 꾸며 귀신의 집도 운영하곤 합니다.



일년에 한달여는 할로윈 스토어

10월이 되면 어딜 가나 할로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 1년에 10월 딱 한달만 운영하는 할로윈 전문매장도 있답니다.




할로윈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파티를 열어 술과 함께 즐기기도 하고, 가족끼리 집을 장식하기도 하고, 트릭 오얼 트릿(Trick or treat)도 한답니다.



저도 두 번 다시는 없을 미국에서의 할로윈이라 열심히 즐겼습니다. 먼저, 제 상상 속의 할로윈과 가장 비슷했던 코스튬 파티를 다뤄보려 합니다. 아무래도 '할로윈'하면 '코스튬'이니까요.



저는 두 번의 파티를 다녀왔는데, 코스튬 생일파티와 동아리에서 여는 프렛파티를 다녀왔습니다. (tmi로 저는 마녀 코스프레를 했답니다)



생일파티는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코스튬을 입고 케이크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소소하게 즐겼습니다. 시끄러운 파티라기보다는 생일파티에 할로윈을 살짝 얹은 느낌이었달까요.



그러나 프렛파티는 정말 미드에 나올법한 파티였습니다. 친구들과 지도를 따라 전단지에서 본 장소에 도착하니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만큼 개성 넘치는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하더라고요. 바로 앞에서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을 만큼 큰 음악소리와 그 소리에 맞춰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다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순간을 즐길 줄 아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습니다.


아, 잘 즐기는 것도 잘 사는 방법 중 하나구나 때로는 힘을 풀고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할 때가 있구나!



주택들의 모습

할로윈 당일에는 미국인 가족에게 초대받아 가정집의 할로윈을 경험했습니다. 미국에는 아이들이 이웃집들을 돌아다니면서 트릭 오얼 트릿을 외치면 이웃들이 준비해 놓은 간식들을 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한 번도 할로윈을 경험해 본 적 없다고 말하니 꼬마들과 함께 이웃집을 돌아다녀 보라며 바구니를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평생을 아파트에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 채 살아온 저에겐 꽤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 집의 초인종을 눌러 아무런 대가 없이 초콜릿을 요구하고 있자니 어쩐지 웃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미국인 꼬마들과 초콜릿과 사탕 취향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한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제 최애 초콜릿은 트윅스랍니다^^)




할로윈 문화는 단순한 유흥 문화가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축제입니다. 한 달 전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무얼 입을지 고민하고, 때로는 소품들을 만들기도 합니다.



가족, 친구들과 어떤 파티를 할지 계획하고, 서로의 코스튬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는 멋있게 차려입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고 마시면서 즐깁니다.



평소 입지 못했던 옷을 입고, 평소 하지 않았던 화장을 하며 일 년 중 가장 과하게 꾸미고 집을 나서죠. 실용성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옷을 입고 몸에 좋을 것 하나 없는 술을 마시며 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책상 위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렸던 일상에서 비로소 벗어납니다.



가정집들을 어떨까요? 이웃들에게 초콜릿으로 정을 전하고, 사탕으로 정을 건네받습니다.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현관문이 옆집 꼬마의 노크소리만으로 활짝 열립니다. 사탕을 나눠주는 유치한 문화에 높은 담장과 단단한 문은 단숨에 무너집니다.


사탕 챙기는 아기들

온 동네를 돌며 아이들을 트릭 오얼 트릿을 외치고, 뻔뻔하게 공짜 간식을 요구합니다. 그 뻔뻔한 사랑스러움 덕에 아이들의 바구니는 간식으로 하나둘씩 채워지고 이웃들은 비워지는 간식통을 보며 나눔을 배웁니다. 그 덕에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와 받은 간식을 자랑하면서 엄마 아빠의 입 속에 초콜릿을 넣어주며 소소한 기쁨을 배우겠지요.



단순히 초콜릿과 사탕을 주는 문화를 너무 과하게 해석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초콜릿 그거 마트에서 사 먹으면 될 것이지 왜 굳이 주고받을까.', '단순히 간식을 주고받는 것을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유치한 것에서 피어나고, 아주 단순하게 전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특별하지 않기에 문화가 지속될 수 있고,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유치하게‘만 전할 수 있는 사랑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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