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구마구 Feb 14. 2024

'대체불가능'에 인생을 베팅하자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노력

좋아하는 일을 하자. 가슴 뛰는 일을 하자. 다급해할 필요 없다.라고 되뇌면서도 자꾸만 비교하고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회의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더라도 나는 절대 늦지 않았다.



스물셋의 대학생, 4학년이지만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달렸기에 아직 어리다. 무얼 위해 달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늦지 않기 위해 달렸던 것 같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을 그저 명언정도로만 느꼈다가 요즘은 머리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아직 가슴으로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하고 싶은 건 많고, 정리는 되지 않는다. 내 능력을 의심하진 않지만 방향성에 대해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 능력에 대해 의심했던 지난날의 나보단 나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잘한다. 커뮤니케이션도, 기획도 좋아하고 잘한다. 무언갈 만들어 내는 게 좋고, 재밌다. 내가 나에게 '잘한다'라는 수식어를 붙여줄 용기를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젠 그 정도 용기는 있다.



일 년쯤은 나를 넓은 바닷속에 흘려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가슴속에 일렁이는 안정성과 그럴듯함에 대한 욕심은 완전히 지우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책을 읽고 세상을 보고, 기획을 하며 글을 쓰고, 운동도 하며 살 순 없는 걸까?



취업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인생에 대해 고민할 순 없는 걸까?

그렇게 되었을 때, 남들보다 늦춰지는 취업에서 내가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보다 안정을 추구하며 살아온 내가 불안정함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나의 길을 가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게 그저 놀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불안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당장 무언가 성과를 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글로 한 줄 적을 수 있는 성과를, 누가 보더라도 감탄할 수 있는 성과를.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 이름값있는 조직에 소속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기는 싫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생의 중간에서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안정적이어야만 행복한 것을 직업으로 삼기는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것을 내 업으로 삼고 싶다.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이제는 의심치 않는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에 내 인생을 베팅하고 싶다. 머릿속에 떠올린 그림 속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들어가도 fit한 일 말고, 내가 아니면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일을 하자.



안정적, 고수익, 남들의 인정도 다 좋지만 '대체 불가능'이라는 키워드보다 매력적인 것이 또 있을까? 나의 색으로 칠하는 나의 그림을 그려야겠다. 이젠 나에게도 도화지와 색연필 정도는 준비된 것 같다. 시작을 해보아야지. 바다로 나갈 용기를 내보아야지.


작가의 이전글 사랑과 무모함 그리고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