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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곰 이야기 (8)

파란곰이 아닌 사람

by 덩치큰작가

낯선 장소. 낯선 생각들은 두려움이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단단한 유리문은 가볍게 열렸다. 인테리어는 어둡고 조용했다.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 각진 로봇과 만화 캐릭터의 피규어들은 미술관 전시장의 작품을 보는 듯했다.


“어서 오세요.”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분명 이곳의 사장목소리다. 나는 사장의 모습에 당황했다. 체크무늬 셔츠에 배 나온 아저씨. 그의 얼굴은 밝고 따뜻했다. 동그란 은색뿔테 안경은 잘 어울렸고. 흰머리와 짧은 콧수염은 나이가 꽤나 들어 보였다. 그는 파란곰이 아니다.


그가 왜 파란곰이 아닌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안녕하세요. 저 궁금한 게 있는데.. 아저씨는 왜 파란곰이 아닌 거죠?”


아저씨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듯 보였지만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 허허. 나도 젊었을 때는 무척이나 잘 나가는 파란곰이였단다.”


“아저씨. 자세히 말해주세요. 어쩌다가 파란곰이 아닌 모습을 하고 있는 거죠?”


아저씨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나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밥은 먹었니?”


”아뇨. 학원 갈 시간인데. 오늘 학원이 쉬는 날이라서 거리를 방황하다가 이곳에 우연히 들어왔어요. 어서 파란곰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


”허허. 세상에서 ‘우연’이란 말은 정말 코스모스 같은 단어지. 그래 여기 잠깐 기다리렴. 오랜만에 찾아온 귀한 손님이니 먹을 것 좀 가져오마.”


“네..”


따뜻하게 풍겨오는 냄새는 달달했다. 조용하고 인적 드문 거리의 작은 가게. 그는 따뜻한 코코아가 담긴 컵과 이름 모를 동그란 과자를 들고 거북이처럼 아주 느릿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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