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
회색 길고양이
낯선 풀숲에서 태어났다. 같이 나온 4마리 중에 가장 늦게 마지막으로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무척이나 시끄럽고 낯설지만 신기했다. 가장 늦게 나온 탓일까 같이 나온 네 마리 형제 중에서 나는 몸이 작고 약했다. 그래서 더욱 엄마의 젖을 핥으며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쳤다. 덩치가 건강해 보이는 첫째 놈과 둘째 놈을 피해 머리를 비집고 어미의 젖을 핥았다.
젖은 느끼했지만 달았다. 그 맛은 엄마의 심리적 안정이고 따뜻했다. 경쟁하듯 젖을 핥다가 눈이 감겨 깊은 잠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떠보니 엄마는 없고 나와 함께 태어난 형제들도 제각자 세상을 떠났다.
외롭고 무서웠다. 나는 풀숲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세상이 신기했다. 그러다 나보다 큰 생명체가 보이면 본능적으로 도망 다녔다. 가끔 무리 지어서 다니는 작은 벌레무리들이 부러웠다. 하늘을 나는 생물들도 무리 지어 다니는데 나는 왜 혼자일까. 나도 어딘가 소속된다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홀로 살아가는 것이 편하고 생존에 더 유리한 걸 느꼈다.
어딘가 소속되어 끌려다니는 삶은 자유가 없다. 나는 자유로웠다. 높은 난간을 뛰놀고 피곤하면 낮잠을 잔다. 배 고프면 적당히 먹을 것을 찾아 배를 채우면 그만이다. 아마 무리생활에 익숙한 생물은 무리에서 벗어나면 죽음이라는 두려움으로 평생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나는 살아있다.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