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줄 알았던 나에게
한 공간에서 같은 햇빛 받고 함께 비바람 견디며 살아남았다. 그런데 왜 나만 몸집이 작고 못생긴 걸까. 나는 어쩌다 이렇게 태어났을까.
오이처럼 덩치가 크고 길쭉하게 곧게 뻗어 잘생긴 고추들 사이에 껴있는 내가 못나보였다.
주인 할머니의 표정에서도 그런 고추를 좋아하는 게 보였다. 사랑받는 고추들이 부러웠다. 나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 할머니가 미웠고 슬펐다.
할머니는 다 자란듯한 고추를 바구니에 고이 담아 집으로 갔다. 나는 늘 그 자리에 혼자남아 슬퍼했다. 그러던 중 주인 할아버지가 나타나 거친 손으로 나를 잡더니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아버지의 손은 햇빛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요놈이 제일 맛있는 것인디. 왜 버리고 가느냐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지만 애써 참았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