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3
[Y에게]
잘 지내고 있어?
한국은 11월인데도 아직 가을이야. 네 생일이 다가오면 항상 패딩도 같이 꺼냈던 것 같은데, 올해는 그러지 않아도 되겠어.
얼마 전에 올라온 블로그 게시물을 봤어. 인도를 갔다고. 오래전부터 가고 싶어 했잖아. 거기는 어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오랜만에 네가 써 준 편지를 읽었는데, 생각해 보니 답장을 안 해서.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보내보려고 펜을 들었어.
편지에는 ‘너는 나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쓰여있었는데 솔직히 조금 놀랐어. 나는 너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게 조금 부럽기도 했거든. 왜, 사람들은 본인이 가지지 못한 모습들을 더 높이 보기도 하잖아? 조용하고 소심한 나와는 다르게 넌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활발했고, 쉬는 시간이면 항상 네 주위에 친구들이 가득했던 걸로 기억해.
우리가 비슷했던 점은 주로 불완전하고 우울한 모습이었잖아. 슬픔의 온도가 비슷해서 학교 운동장을 참 오랫동안 많이도 함께 걸었어. 그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고 위로가 되더라.
삶을 여행이라고 치면 너는 첫 동행자였어.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었던. 덕분에 길을 잃어도 외롭지 않았고, 힘들어도 행복했던 것 같아. 많이 고마워
가끔 소식이 궁금하면 편지할게. 그럼 너도 그때마다 ‘어릴 때 참 재밌었는데’하며 떠올려주라
그래서, 인도 음식은 잘 맞아? 정말 묻고 싶은 건 따로 있지만 아주 먼 훗날 서로 여행을 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때 얘기하자.
어렸을 때처럼 운동장을 천천히, 오래 돌면서 웃기도 울기도 하자. 그러니 우리 그때까지 몸도, 마음도 건강히 잘 지내고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