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her): 우린 모두 서로가 필요하다

영화감상평#1

by 유자차

[그녀(her): 우린 모두 서로가 필요하다]


영화를 처음 본 기억은 중학교 방학식을 갓 치르고 온 7월이었다. AI와의 배드신(정확히 말하자면 os 운영체제 칩을 꽂은 인간과의 배드신)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감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린 나이였던 그 당시에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미세먼지 가득한 회색 도시 배경이 미래 모습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끔찍이도 싫지만, 내가 사는 미래를 본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략히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직업을 가진 ‘테오도르’(남주)는 이혼을 앞두고 별거하고 있는 도중 ’사만다‘(os 운영체제)를 구입하고, 그 기기와 사랑에 빠진다.


AI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어쩌면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그 외로움을 채워줄 무조건적인 수용을 찾는 것도 필연적인 듯싶다. 인공지능에게 비판과 지적을 받을 일은 없으니 사람에게 받는 상처를 인공지능으로 치유하는 것 아닐까. 본인의 모습 그대로를 수용해 줄 안전망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 아닐까.



그렇지만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AI와 사랑을 할 수 없다’이다. 우선, 무조건적 수용은 사랑과 다르다. 무조건적인 수용이 간혹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둘은 다른 개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사랑을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기계를 몹시 아낄 수 있을까? 의미를 부여하며 애정 가는 물건이 누구에게나 하나씩 있는 것처럼 인공지능에게도 몹시 아끼는 감정이 생길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이 감정에 덧붙여 사랑을 ’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으로 정의했다. 어떤 물건에 대해 이해하고,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을까? 서로를 이해하고 돕고 싶은 감정은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계와 사랑에 빠질 수 없다.


또한, 기계와의 사랑은 ‘1대 다수’인 면에서 회의감을 느낄 것이다. 영화 속 테오도르는 ”너 그럼 나랑 교제를 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교제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돼?“라고 사만다에게 묻는다. 사람과 나누는 사랑은 유일하게 ‘너와 나’만이 할 수 있기에 더 특별하고 애틋한 느낌이다.



*


사만다는 사라지고, 테오도르는 다시 홀로 남겨진다. 테오도르는 캐서린(전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랑했던 여자는 너뿐이었어“라고 진심 어린 말을 건넨다. 이 장면은 영화 초반 아무런 감정 없이 타인의 편지를 대필해 주던 장면과 대비된다.


테오도르가 사랑했던 여자가 캐서린 뿐이었다면 사만다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혼자만의 상상으론, 사만다의 무조건적 수용과 지지 덕분에 캐서린의 사랑을 깨닫게 된 것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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