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자세 : 일상 (9)
어제는 비가 많이 왔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좋고,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거나 생각에 잠기는 순간도 좋아합니다. 빗속을 걷는 것도 즐깁니다. 가끔은 불안과 생각이 몰려올 때, 그저 빗속에서 흠뻑 젖으며 걷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청승맞아 보일지 몰라도, 제게는 그마저도 낭만입니다.
최근 졸업을 하고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취업, 프로젝트 등 선택지는 많지만 오히려 그만큼 불안도 커집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정리하고, 뉴스레터를 만들고,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으니 지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러닝으로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방수가 안 되는 운동화 덕에 비가 오면 못 뛴다는 핑계가 생기곤 합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비가 그친 줄 알고 운동복을 챙겨 나섰는데, 뛰려는 순간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바람막이와 티셔츠가 젖고, 운동화는 이미 물로 가득 찼습니다. 억울하고 짜증도 났습니다. 나름 열심히 사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마음이었죠.
하지만 젖은 채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호등에 멈춰 서 있다가 문득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 이게 바로 잊고 있던 낭만이구나.’ 빗속에서 달리는 것, 온몸으로 비를 받아들이는 것,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습니까. 순간 머리가 식으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안전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샤워를 하고 따뜻한 육개장을 먹으면서도 같은 마음이 이어졌습니다. 바로 씻을 수 있고,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금의 환경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낭만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결국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불편함 속에서도 좋은 점을 발견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것이 제가 다시 찾은 낭만이었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이 좋습니다. 잊고 있던 낭만을 다시 만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