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라는 집 : 1부. 내 안의 목소리들
아침이 밝았지만, 내 하루는 여전히 시작되지 않았다. 일어나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집을 바라만 보다가 답답함에 못 이겨 일단 일어난다. 창문을 열어 눈을 감고 그래도 나를 맞이해 주는 햇빛에 잠시 눈꺼풀을 데운다. 오늘은 뭘 해야 하나. 오늘은 어떻게 하고 살아야 내가 밉지 않을까?
잠시 고민을 하고 난 뒤 어제 사둔 시리얼을 먹었다. 아침을 먹긴 먹어야겠고, 요리를 해서 먹기에는 귀찮기도 않고 그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 없다. 밥친구를 뒤적거리다가 결국 웹툰으로 정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바꾼다는 내용의 스토리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요즘 너무 많이 보이는 스토리. 그마저도 금방 지루해져서 시리얼 먹는 것에 집중한다. 시리얼이 우유와 오래 있어 우유를 고소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아침을 해결하고 책상에 잠시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써본다. 오늘의 글감을 바라보고 몇 글자 적지만 대단한 목적이 없고 그냥 쓰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하루의 의미가 조금은 더해지지 않을까란 기대감에 기대어. 글을 쓰고 나서는 가사가 없는 노래를 틀어놓고는 침대를 돌아봤다. 이 녀석은 아직도 저기에 있네.
"다시 들어와, 조금만 더 자자.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뭐 하러 불편하게 책상에 앉아있냐?"
"진짜 맞는 말만 해서 네가 싫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야. 근데 침대에 다시 들어가서 뭐 해. 핸드폰도 지겹고 유튜브 보고 있기도 싫어."
"아 그냥 뭐 하는 게 아니라 조금만 누워있는 거지. 누워서 오늘 뭐 할지 고민해 보는 거야. 지금 당장 할 것도 없잖아."
방금도 말했지만 이 녀석이 싫다. 나를 너무 잘 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여유를 가장한 게으른 아침이 지금 당장 내가 무척이나 원하는 것인데, 뭔데 나를 뚫어보니.
"그래 뭐, 그러자 잠깐 누워있지 뭐."
잠깐 누워서 생각을 하려다 하염없이 핸드폰을 바라본다. 웹툰을 보고 넷플릭스도 뒤적이다 결국 다시 잠에 들었다. 그래도 오전을 다 날리고 싶지는 않아서 10시 반에는 알람을 맞춰놓긴 했다. 약간의 책임감이랄까. 하지만 일어나 보니 12시를 훌쩍 넘긴 오후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배가 고파서 일어났다.
"유, 나 왜 깨우지 않았어."
"나도 지금 일어났는걸, 네가 일어나지 않으면 나도 일어나지 못해."
그래 네 말이 또 맞다. 내가 일어나서 해야지. 점심으로 대충 라면을 끓여 먹는다. 배고프기는 한데 요리는 귀찮다. 안성탕면 2 봉지를 가지고 라면에 온수를 채워 넣고 스프를 넣어서 물이 빨리 끓길 기다린다.
기다리면서 아까 보다 만 웹툰을 들여다보면서 면을 넣는다. 잠깐 기다리면서 면을 뒤적뒤적. 꼬들꼬들한 면이 좋다. 밥을 먹으면서 아까 눈에 담아둔 넷플릭스를 보는데 어차피 끝까지는 보지 않을 거라 그냥 오디오를 채우기 위해 틀어놓는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그냥 흘러들으면서 라면을 다 해치웠다.
자주 먹으면 안 되지만 귀찮기도 하고 이만한 가성비가 없는 걸 어떡하나. 다들 이럴 거라고 짐작하고 넘긴다. 설거지를 하고 난 뒤 방에 다시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다. 이제는 진짜 글을 써볼 거야. 아니면 책이라도 읽을 거야. 뭐가 하고 싶지도 모르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안개 같은 매일이다. 책을 읽고 정리를 하고 리뷰를 스스로 하고 포스팅해 본다. 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나 자신이 알고 있다 내가 하는 것을.
그때 또 유가 내게 말을 건다. "그 정도 했으면 조금 쉴까?" 뭘 했다고 쉬냐 이 녀석아.
근데 저 말이 너무 마음에 든다. 책도 다 읽었고, 글도 어느 정도 썼고 이 정도면 되는 거 아닌가? 너는 내 마음을 무섭게도 잘 안다. 그 소리에 넘어가 낮잠을 자버린다. 타이머는 분명 30분 했는데 일어나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다. 끔찍할 정도로 내 배꼽시계는 정확하다. 저녁으로는 냉동실에 쟁여둔 냉동닭가슴살 볶음밥을 먹으면서 아까 보던 드라마를 본다. 그래도 운동은 해야지.
"오늘 비 조금 오던데 나가게?"
"그래도 많이 오는 게 아니니까 조금만 뛰고 오려고."
"에이 신발 젖잖아. 그거 또 언제 말려."
"오늘 한 번도 나가지를 않았는데, 바람 조금이라도 쐐야 하지 않을까?"
"아예 나가지 않는 날도 있을 수 있지 뭘 그렇게 또 부지런하게 살아. 비도 오는데 그냥 쉬면서 드라마 보자."
"하긴 비도 오고 밖에 보니 점점 더 많이 오네. 그러면 진짜 오늘만이야."
창밖을 보니 빗줄기가 굵어진다. 나는 핑계를 붙들고 그대로 드라마 앞에 앉는다. 그렇게 하루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막을 내린다.
나는 유와 함께였다. 그리고 오늘도, 내 하루는 내 것이 아니었다.
Sloth's Room - Lazy morning
Morning has come already, but my day hasn’t started yet. While staring at my room, I feel useless again, which made me get up. Standing by the window, I let the sunshine warm my eyes up a little. What should I do today, what makes me love myself?
A little later, I knew I needed something to eat for breakfast, so I had cereal that I bought yesterday. Too lazy to cook breakfast, moreover, I don’t need that much energy for the day. I tried to find something to watch while I was eating breakfast. I gave up, there are too much things to watch and I know I won’t be able to finish the show anyway. My pick was to watch a comic. The story of men who go back to the past and change his lives, it pretty lame. It has become prevalent these days. I am not even looking at it anymore, but I am focused on finishing my cereal. I like it when cereal is soaked in milk.
When I am done with my cereal, I sit down in front of my laptop trying to write something. I don’t really have a goal when I write, but I just do so to make me feel useful even a little. Jot down a little. I turned around to see my bed, and it is still there.
“Why don’t you sleep more? You are not even doing anything.”
“I hate you because you are always right, and I do want to go back to sleep. But I don’t wanna stare at my phone doing nothing.”
“Not really asking you to do something, why don’t you just lie down and think about what you should do today?” Like I said, I don’t like it, it knows me too much. It knows what I want is a lazy morning, what are you looking at?
“Sure, why not?”
I lay down and looked at my phone, watching YouTube to kill time, then fell asleep. I set up an alarm in 1 hour. I woke up, and it was way past noon. Time for lunch.
“Sloth, why didn’t you wake me up?”
“I just got up as well, you know I can’t when you don’t.”
You're right, I should’ve got up. I made ramen for lunch. I was hungry but too lazy to cook again.
While I wait for it to cook up, I was looking at the comic that I was reading in the morning, then I played a show on Netflix for making noise while I am eating.
After doing the dishes, I got back to my desk to write. I have been reading a lot, posting reviews about books online, which is for me. I am doing it cause I wanted to do so. Not really for something or someone.
At that time, Sloth tried to talk to me again. “Should we get some rest?” Rest for what, though? But I like this idea. I am done reading today, posted for today. So I took a nap.
When I got up, it was dinner time. I heat frozen fried rice up for dinner, and played the show again. I thought about working out a little bit.
“It's raining outside.”
“I know, but it is not that heavy. I am gonna go anyway.”
“You are going to get wet.”
“Don’t you think I should go out for a little? Since I haven’t today.”
“It is not a big deal, it is just for one day that you are not working out.”
“Yeah, maybe, it is getting heavier. It is only for today.”
The rain gets heavier, so I choose to stay inside watching Netflix. This is the end of my day.
I was with Sloth. And today, the day was not 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