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지안 Feb 25. 2022

To. 어린이집 선생님께

졸업식에 엄마가 쓰는 편지


원장님,

OO이가 막상 졸업을 한다니 처음 원장님과 인터뷰하던 생각이 가장 많이 나네요. ‘여기는 왜 결원이 있냐, 원장님 교육관은 무어냐’ 당돌하면서도 뾰족하게 질문을 제가 쏟아냈었죠. 잘 보이려는 답변보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원장님 모습이 무엇보다 믿음이 갔어요.


저희 아이가 소리 내서 웃는다고 한 것이 아마 어린이집을 보내고 6개월이 지나서였을 겁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고, 어느 날은 즐겁게 가다가, 또 가기 싫다는 때가 찾아와도, ‘혹시나 어린이집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원장님을 믿고, 어린이집을 믿고 3년을 지냈습니다.


선생님들이 근무하실 때 아이들이 예쁜 것도 예쁜 것이지만, 동료 선생님들과의 유대도 중요한데, 원장님은 그 두 가지를 모두 다 잘 해내시는 참 따뜻한 분이신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다니고 싶은 어린이집을 만들어주신 것 같아 그마저도 감사드립니다.


코로나와 함께 OO이 어린이집 생활이 시작되고, 가장 막내로 오랜 시간 동안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어린이집을 다녔어요. 그런 OO이가 졸업한다면 모두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선생님들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얼마만큼의 큰 사랑으로 길러주셨는지 짐작해보았습니다.


때론 엄마보다 제 아이를 더 믿고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순간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OO이가 첫째라, 서툰 엄마에게, 원장님 말씀이 아이를 기르는데 길잡이가 되었어요.


졸업이 무언지, 이별하는 것이 무언지 알지 못하는 천진한 아이 대신 엄마가 무척 서운하고 아쉬운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언제고 아이들이 성장해서 이별하는 날을 직감하며 눈으로 마음으로 아이들 모습을 차곡차곡 담았을

선생님 마음에도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


OO엄마 드림

작가의 이전글 좁고 얕은 나의 인간관계에 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