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코로나와 수족구 연쇄 감염
조용한 점심 식사를 위해 아침을 거르고 일찍 집을 나섰다. 북적이는 인파 사이에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웨이팅하고 싶지가 않았고, 기다리는 인원을 생각하며 서둘러 장소를 나오고 싶지도 않았다.
비교적 운신이 자유로운 요즘의 남편과 나는 때를 당기거나 때를 놓친 식사를 종종 자처한다.
식사를 마치고 12시에 문을 여는 로스터리 카페 주인 부부에게 밤새 응축된 첫 환대를 받고 커피를 주문했다. 먹고 마시는 것 하나도 최적의 컨디션을 위해 여러 변수들을 통제하는 우리지만, 아이들 일 만큼은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아이들 건강만큼은 늘 염원했어도, 유행병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패션도 소비도 유행의 최전선에 있어본 적이 없는 우리 부부는 아이들 덕분에 최신의 유행은 다 겪어본다. 영유아들 사이에 코로나에 이어 수족구가 유행이라는 기사가 속속 올라오더니, 이내 우리집 이야기가 됐다. 2주 가까이 40도 넘는 고열을 겪으며 잠을 자지 않는 것이 뉴노멀이 되어버렸다. 깜빡 잠든 비정상에 화들짝 놀라 깨어나기 일쑤였다.
목적지 없는 분노는 이따금 표출하되, 낙담하지는 않는다. 한 인간의 지랄도 총량이 있다는데, 한 자식이 부모 속을 썩이는 총량도 대강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유행병의 최전방에 우리를 세워둔 것과 달리, 부모로서의 수고스러움을 덜어주는 부분도 선명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두 아이 모두 체온도 정상이고 숨소리도 깨끗하다.
밤잠을 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