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
로스코 예배당의 내부는 8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벽면에는 마크 로스코의 회화 14점이 걸려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가톨릭 예배당을 위해 제작되었지만, 어떠한 명명이나 상징, 심지어 작은 암시조차도 포함하지 않는다. 관람자는 특정 종교적 표지를 지니지 않는 8각형 공간에 들어서며, 벽면을 채운 어두운 색조의 대형 캔버스들과 직접 마주하게 된다. 채광창을 통해 들어오는 텍사스의 자연광은 시간대마다 서로 다른 인상을 만들어내며, 이러한 빛의 변화 속에서 관람자는 저마다의 고유한 방식으로 작품을 관람하게 된다.
마크 로스코는 40대 이후 자신만의 독창성을 담은 색면 회화를 선보이며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품은 여러 개의 직사각형 구도로 이루어지며, 강렬한 색채와 대비, 그리고 붓질과 안료의 질감을 드러내는 흐릿한 경계선을 특징으로 한다. 형식적으로는 추상회화로 분류되지만,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이 음악이나 시처럼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예술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했으며, 무아지경·파멸·비극과 같은 인간의 근원적 감정을 환기하는 구체적 경험의 장이 되기를 바랐다. 로스코 회화의 감정적 강렬함은 그의 작품이 20세기 회화 가운데서도 드물게 높은 호소력을 지니게 한 요인이 된다.
그러나 로스코 채플 연작은 기존의 로스코 회화에서 보이던 이러한 특징들과 뚜렷이 다른 면모를 보인다. 이는 1958년 뉴욕 시그램 빌딩을 위한 벽화 작업을 전후로 점차 변화한 로스코의 양식적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 시기 로스코는 색채의 극적인 대비를 점차 줄이고 표현을 절제하는 한편, 비례와 구성을 중시한 작품들을 다수 제작하였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전과 르네상스 벽화에 대한 그의 관찰과 연구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한 것으로 보이며, 로스코 채플 연작 역시 이와 같은 경향을 공유한다. 그 결과, 널리 알려진 ‘대중적 로스코’의 화려하고 부드러운 색면 양식에 익숙한 이들에게 예배당에 설치된 작품들은 의외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8각형의 벽면을 둘러싸고 관람자를 감싸는 구조를 보이는 로스코의 채플 연작은 예배당 전체의 건축적 비례와 수적 비율 아래 기획된 기하학적 구성의 일부로 이해될 수 있다. 로스코는 14점의 작품을 대칭적으로 배열하기보다 캔버스 간에 미묘한 차이를 두어, 관람자가 작품과 공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불규칙성을 경험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공간 전체에 리듬감을 부여하며, 어두운 화폭에 반사되는 자연광이 벽체와 어우러져 판테온과 같은 고대 신전 건축을 떠올리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제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처럼 이전의 강렬한 감정의 응축 대신 명상적 울림을 지닌 채플 연작은 열린 구조와 텅 빈 듯한 색채를 통해 관람자마다 서로 다른 방식의 체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초교파적 예배당이 지닌 열린 구조와도 상응하며, 관람자의 주관적 경험이 자연스럽게 개입될 수 있는 감각적인 틀로 작동한다.
전원이 꺼진 거대한 모니터처럼 상징과 의미를 배제한 채 놓여진 로스코의《무제》연작은 그 ‘비어 있음‘이 오히려 펠드먼의《로스코 채플》이 위촉되고 초연될 수 있었던 조건이자 토대로서 작용한다. 예배당이 완공되기 1년 전 로스코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고, 이후 로스코 예배당은 그의 예술과 죽음을 기리는 상징적 공간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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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san J. Barnes, The Rothko Chapel: An Act of Faith. (Austin: University of Texas Press, 1989)
Alexander Liberman, 사진, 로스코의 뉴욕 스튜디오, Smart and Fox, Rothko Chapel,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