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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A May 28. 2022

인생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나의 관점으로부터 달라지는 인생 이야기

한국 사람이라면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고찰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원효의 해골물 이야기

신라에서 승려로서 명성을 떨치던 원효와 의상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던 길이었다. 


이 둘은 10년 전 고구려를 통해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다 고구려 수비대에게 정탐자로 오해받아 첫번째 유학을 실패했기에 이번에는 꼭 당나라 유학에 성공해 큰 배움을 얻고 말리라 다짐했다. 


10년 뒤 다시 당나라 유학길에 오른 둘은 비가 오는 어느날 당항성 근처 동굴에서 잠을 청하고자 한다. 


밤새 목이 말라서 잠에 깬 원효는 동굴 내 바가지 안에 차있는 빗물을 마시게 되고

시원한 물 덕분에 갈증을 해소하고 기분 좋게 다시 잠에 든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뜬 원효는 자신이 잠을 청한 동굴이 무덤이며, 자신이 바가지라고 알고 마셨던 물이 사실 해골물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전 날 마신 물을 토해낸다.


마음 하나의 변화로 원효의 세상은 간밤 사이 뒤집혀 버렸다



원효는 이때 이 경험을 기분 나쁜 일, 혹은 정말 역겨웠던 일이라고 기분이 상한 채로 그대로 그토록 원하던 당나라 유학길에 의상과 함께 오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원효는 자신의 마음가짐의 변화로 겪는 정신적/신체적 변화를 통해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데,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은 자신의 마음 안에서 결정된다는 것 (일체유심조)이다.


이러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원효는 45년간 자신이 믿고 살아온 진리를 모두 뒤집고

그 이후 당나라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의상과 달리 당나라 유학을 포기하고 다시 신라로 돌아온다.


다시 신라로 돌아온 원효는 모든 격식과 의전을 무시하고 저잣거리에서 불교의 대중화에 힘쓴다.


비록 파계승이 된 원효이지만 그의 염불을 외는 춤과 노래는 글을 모르던 신라인들도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며 아직까지도 많은 불교인에게 영감을 가져다 주는 존재가 되었다.





원효의 무덤과 해골물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겪는 인생의 역경에 빗대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생의 실패, 좌절, 선천적 장애물 ...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속에서


"하늘도 참 무심하지, 왜 나만 불행한거야"

라는 부정적 생각에 빠져들 수도 있지만


인생에 무슨 일이 생기든, 

내 마음 속에서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그 일의 경중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의 실패, 고통, 좌절, 노화, 죽음도 인생 속 하나의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실패를 할 용기를 갖는 것. 

고통 받을 용기를 갖는 것.

죽음과 노화를 수용하는 것.


그로부터 인생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一切唯心造)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인생에서 내가 마음 먹은 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 인생에는 '무엇'인가가 항상 진행된다. 


원효대사가 뜻하지 않게 해골물을 밤새 시원하다고 벌컥 벌컥 들이킨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온전히 내게 달려있다.


원효대사의 마음 속에서는 해골물이 사이다보다 시원했던 것처럼

생각보다 우리 인생의 많은 실패와 고통은 우리가 어떻게 마음 먹는가에 따라서 항상 달라지지 않았는가.


나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나는 외모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었다.


항상 가장 예쁜 사람, 피부 좋은 사람, 몸매 좋은 사람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지 못할까 많이 괴로웠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외모라는 게 정말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고

또한 '내가 왜 꼭 외모가 예뻐야 하지?'라는 생각이 불쑥 들면서


조금은 부족한 내 외모를 받아들이고 그냥 인생을 즐기기로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외모를 더 열심히 꾸미고 객관적으로 예쁘던 때보다 오히려 인간 관계도 잘 풀리고

항상 고질적으로 앓고 있던 불안증도 많이 좋아진 것이다.


그러니깐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지금 우리가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관점을 바꿔 보면 우리의 짧은 인생에서는 큰 요소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와 고통, 좌절을 수용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안다.

항상 내가 남보다 더 못난 것 같은, 잘못 태어난 것 같은 기분, 인생을 잘못 산 것 같은, 나만 불행한 기분..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인생은 어쩔 수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붓다가 말했듯 그 고통을 인정하고 수용할 때

역설적이게도 내 마음은 자유를 찾는다는 것을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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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마음 수련법

위의 불교의 교리를 대입한 인생에 관한 책을 써 굉장히 유명세를 탄 젊은 미국 저자가 있는데 

그의 이름은 마크 맨슨(Mark Manson)이다. 


마크 맨슨 (왼쪽), 그가 2016년 발매한 책 (오른쪽)


마크 맨슨의 책은 60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무려 1300만부를 판매하게 되는데


그의 대표 저서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uck"(ㅈ도 신경쓰지 않는 인생의 기술)은 저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마음의 건강을 찾는 법을 전파한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내가 인생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Give a fuck)과 신경쓰지 말아야 하는 부분(Don't give a fuck)의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역시 길을 걷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어깨빵(어깨끼리 부딪혀 충격을 주는 행위)을 당해본 경험이 한번 쯤은 있을 것이다. 


어깨빵을 당해서 분하다고 씩씩대다가 그 하루 기분을 다 망쳐본 적 있지 않은가? 

혹은 화가 난다고 그에게 달려들어 싸움이 난 적은?


근데 중요한 점은 우리가 길가다 그 마주친 사람을 다시 볼 일이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그 사람을 향한 분노가 내게 가져올 수 있는 이득이나 있는가? 

소중한 내 하루를 망칠만한 가치라도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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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마크 맨슨 말대로 ㅈ도 신경도 안쓰고 넘어가는 것이 어느 모로 봐도 좋다.


따라서, 마크 맨슨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짧은 인생에 내가 신경써야 할 소중한 것들도 많은데

괜히 내 인생에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에 집착하며 내 정신 건강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어디에 내 정신을 소비하고 어디에는 내 소중한 정신을 낭비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해야할 것인가? 


우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알아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죽을 것이라는 걸 알고 또한 그 죽음을 수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우리가 불사의 존재인 것마냥 미련하게 인내하고 무엇가 큰 것을 미래에 이룰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하루 하루를 놓쳐버리곤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은 내 옆에 같이 동행하는 존재이며 누군가가 매일 죽어가는 것처럼 나도 오늘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 지를 고찰하는 것,


그 이후의 자세한 이야기는 책 속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후회없는 인생, 당장 죽어도 가슴을 치지 않을 인생을 사는 것.. 우리 모두 노력해야 될 숙제가 아닐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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