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손자 리안이를 데리고 왔다.
『천재의 지도』 (에릭 와이너) 353쪽 “내가 보기에 도시가 유망한 천재에게 줄 수 있는 무엇보다 큰 자산은 동료나 기획이 아니라 거리(distance)다. 옛 자아와 새 자아 간의 완충 지대”
딸은 대학원 과제를 한다며 방문을 닫았다. 제 고양이 복이와 함께. 손자 리안이는 방에 재웠다. 아침잠을 자는 시간이다. 며느리에게는 우리 방에 좀 더 자라고 방문을 닫아주었다. 손자가 우리 집에 우리 집에 온 지 20일째 되는 날이다. 5월 5일 초파일날에 내려왔다. 나의 생활은 별 변화가 없었다. 오전과 오후에 초등학교에 일을 나가고 여고 동창회 100주년 행사에도 인사가 빠지지 않게 전야제와 체육대회 다 참석하였다. 그리고 5월 16일, 17일에는 초등학교 동기들과 강원도 방향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남는 시간에 육아를 도운 셈이다. 육아는 주로 남편이 담당한다. 몇 모임 외에는 운동가는 것 빼고는 집에서 지내는 남편은 육아를 시작하고 열흘쯤 지나 감가몸살을 앓았다. 운동도 못하고 육아에 전념했다. 할아버지 모살이 나을 쯤에 손자가 기침과 콧물을 흘렸지만 열은 없었다. 며느리는 아들 때문에 어른들이 감기 한다고 했지만 어른 탓이다. 예방 접종 갔다가 감기약 처방을 받아서 어제 하루 약을 먹였더니 콧물, 기침은 나아졌다.
고요한 시간이다. 독서토론 대상인 『천재의 지도』 (에릭 와이너) 353쪽을 펼쳤다.
오늘 계획은 오전에는 가족을 위한 요리 시간, 그리고 오후 2시부터 한국어 봉사 수업. 그리고 5시 반에는 대학원 동문과 대학원 담당 교수님과 저녁 먹기로 계획이 잡혔다.
육개장을 끓였다. 피곤하고 바쁠 때는 이 국이 최고다. 고사리,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 무가 들어간 육개장에는 콩나물을 많이 넣었다. 그리고 모둠전을 할 예정이다. 전은 며느리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며느리는 아기를 떼어놓고 세종시에서 박사 과정을 받고 있다. 아들은 육아휴직 중에 바리스타 공부를 하고 있다. 창업 때문이 아니라 동생 사업을 돕기 위해서다. 새로운 분야를 배우기 때문에 흥미롭지만 육체적으로 힘든지 몸살을 하고 약을 먹는 중이다. 아들은 감기 때문에 아들을 제대로 안아보지 못했다. 도라지와 대추가 있으니 다려 주어야겠다. 건강식을 삼계탕을 먹고 싶어 했다. 지난주 삼척에서 내려오다가 풍기 인삼 시장에 들러 잔발이 많은 삼계탕용 수삼을 사 왔다. 내일 삼계탕을 만들어먹어야겠다. 전은 애호박 달전을 만들 것이다. 소금을 쳐 놓았다. 땡고추와 부추, 방아와 새우살을 넣고 부추전을 부칠 것이다. 부추전에는 물김치에 놓고 남은 미나리도 넣어야겠다. 국만 끓여놓고 집안이 조용해진 후 책상 앞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다.
30분이라고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 책을 펼쳤다. 책을 읽다 보니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아무 요리를 못하고 “밖에서 사 먹어.‘라는 말이 나오더라도 책을 읽고 있으면 식구들은 조용히 알아서 해결한다. 책을 못 읽는 것은 내 의지 때문이지 환경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가족 때문에 못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방향이 그쪽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친구는 아기를 업고 박사과정을 밟았다. 주변에 친정어머니와 형제가 많았던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육아는 온 가족, 온 마을이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현재 육아를 책임지고 아이를 데려온 상황에서는 내가 이웃이고 내가 형제다. 남편은 주 육아담당이다.
지금 잠에서 깬 손자는 할 수 있는 최대의 악을 쓰며 울고 있다. 달래고 왔는데 낮에는 저렇게 잠투정을 한다. 한 5분은 기다려봐야겠다. 아이는 화차를 끌만큼 용을 쓰고 운다. (25.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