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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공존하기 23일째

25.05.26. 월요일

by 이점선

『천재의 지도』 (에릭 와이너)354쪽 “천재로 가득한 장소는 축복이자 저주다. 어딜 보나 영감을 얻을 수 있지만, 늘 모방의 위험이,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도처에 존재한다. 이 두려움은 베토벤에게 평생 그림자를 드리웠으나 한편으로는 미개척된 새로운 길을 밟는 원동력이 되었다.”

7시 31분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났던 손자 리안이는 분유를 180cc를 먹고 조금 앉아서 모빌과 음악을 듣다가 다시 할아버지 품에서 잠이 들었다. 지금은 아침잠을 자고 있다.

아침에는 김밥을 쌀까하고 오이를 절이고 우엉을 손질해서 졸이고 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오늘은 어제 만든 닭죽이 남이있으니 초밥만 싸고 있는 닭죽을 먹어야한다. 어제 며느리가 김치냉장고와 냉장고를 정리해 주고 갔다. 유기농 모닝 빵과 연근이 두 뭉치가 나왔다. 냉장고 채소 칸까지 못 오고 정리가 마쳤기 망정이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어전과 두부전과 생선 구이도 조금 남아있다. 변명 댈 거리도 조금 있지만 만들고 싶을 때마다 재료를 사놓고 음식을 만들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간을 하던 오이는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우엉이 양이 많아 손질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식초를 넣어 한번 끓인 후 물을 버리고 다시 간하여 졸이고 있다. 시간이 7시가 다 되어서야 손질이 끝났다.

밥을 안치고 우엉을 졸이고 있다.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책을 읽어야겠다 싶어 책상 앞에 앉았다. 습관대로 컴퓨터에 손이 가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오디를 한 컵씩 담아주고 나도 먹었다. 그리고서야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사이 딸이 일어나 오디에 우유를 부어 먹는다.

355쪽 “각 사물이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한계- 말하자면 자신의 환경에 적대적인 행위-덕분이다.” 이런 말을 어디서 들을 것인가? 목욕탕 사우나실도 아니고 매달 만나는 친구 모임에서도 아니다. 여행모임에서도 아니다. 오직 책에서만 들을 수 있다. 나는 작가들의 생각을 듣는다.

책 속에 깊이 빠지려는 찰나 시간은 출근이 가깝다는 것을 알린다. 일어선다.

유부초밥 도시락.jpg
우엉조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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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만든 유부 초밥과 도시락과 남편 점심이다. 도시락을 보니 볼에 밥풀을 묻힌 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저 밥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떼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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