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시간

고요한 아침

by 이점선

6시가 되었다. 여름이면 밖으로 산책을 갈 수 있는데 밖은 아직 칠흑같은 어둠, 리안이가 깨기 전이다. 오늘은 감자 당근 전을 해 먹이고 싶다. 정언이가 잔뜩 제주도 유기농 감자와 당근을 보냈다. 소파에서 자고 일어나니 목이 따갑다. 따뜻한 물 한장르 마시고 컴퓨터 앞에서 잠깐 놀고 있는 시간이다. 어제 문협 총회에서 가져온 시집들은 잔뜩 펼쳐놓고 손을 대본다. 쌓아둔다. 손자까 깨면 읽기는 없다. 손자가 놀 때 잠깐은 읽을 수 있다. 읽다만 책들을 손자가 가지고 논다. 그러다 입에 가져가기 때문에 잘 지켜봐야 한다. 일주일 뒤면 첫 생일이다. 돐이다. 이미ㅣ 선물이랑 준비는 아들 내외가 다 해 주었다. 사실 돐에 대한 감흥은 나에게 일지 않는다.

지난 주는 이유식을 잘 먹지 않아서 노심초사 했다. 의외로 단호박 당근 죽을 잘 먹어 할아버지가 좀 편안해 졌다. 아이가 먹지 않고 뱉어내자 얼마나 불안해하고 노심초사 하든지 나까지 불안했다.

후기 이유식에 들어가자 밥을 먹였는데 소고기 안심 살과 두부, 브로컬리, 달걀을 주로 먹였다. 김에 싼 흰 밥을 주었는데 한동안 잘 먹다가 김도 먹기 싫어했다. 밥을 안 먹자 며느리가 끓여준 죽은 처음 마나 먹고는 계속 먹지 않아서 다시 밥을 주었는데 역시 먹지 않았다.

호박죽을 먹이기 시작한 후 반찬도 소고기와 두부, 달걀 등 분리하여 먹였다. 가자미를 구워 먹였더니 잘먹었다. 좀 부드럽게 구워야 하는데 시간을 조금만 지체해도 살이 딱딱해 져 살을발라 먹이고 빠삭해진 껍데기 부분은 내가 먹었다. 맨입에도 비리 비리지 않는 가자미가 아이에게 적합한 것 같다. 가자미를 먹인 후 손자 반찬용으로 궁비해 놓은 대구살로 국을 끓였다. 소고기 국물에 무를잔뜩 넣고 대구살, 양파, 호박, 미나리, 대파를 넣고 무가 뭉글게 한참끓인 후 어른들은 다른 냅비에 옮겨 마늘과 고춧가루, 간장을 다시 넣어 먹었다. 생각보다 대구살이 야물어 숫가락으로 으깨어 먹여야했다. 국물이 달짝지근했다. 손자는 호박과 무를 으깨어 주니 반찬으로 잘 먹었다. 행여 도로 뱉을까 봐 몇 술을 먹이고 말았다. 조심스럽게 먹여야했다. 다헹히 호박죽은 잘 먹었다. 단호박 한 개와 찹쌀, 밤, 당근을 넣어 쿠우쿠 밥솥 죽 기능을 이요했다. 물 양을 좀 많이 잡아서 죽 맛이 슴슴했다. 호박향도 은은하게 났다. 당근향은 나지 않았다. 다지지 않고 크게 넣었는데 오히려 숫가락으로 으깨어 먹이지 잘 먹었다. 오히려 밥이 야물어 잘 안 으깨졌다. 다음엔 미리 쪄서 넣어보아야 겠다. 이번주 아이가 찹쌀이 들어간 호박죽을 잘 먹자 얼굴 혈색이 돌아오고 성격도 편안해 졌다. 얼굴 피부도 윤택해졌다. 아이가 속이 불편했을까? 갑자기 밥에다 고기에다가 맛있어 받아먹고는 소화를 다 못 시키고 있었을지 모른다. 소고기는 잘게 찌지어 그냥 먹여도 되는데 할아버지는 몇 번은 씹어서 먹였다. 며느리가 왔을 때는 못 씹어주니 아이가 반찬을 잘 못 먹었을 수도 있다. 아이가 잘 안먹으니 며느리는 혹시 영양이 부족할 까봐 집에 있는 이유식 재료를 몽땅 넣어 이유식을 만들었으니 결국 아이는 잘 먹지 못했다. 감자와 쌀을 넣어 죽을 끓여 주어도 한 번만 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호박죽을 잘 먹어주어 고맙다. 잠도 다시 잘 잔다. 이젠 공을 던지는 행동도 따라 한다. 금요일 오후까지 놀이터에 나갔으나 요즘 기온이 너무 내려가 돐까지는 안 나가기로 했다. 감기에 걸리면 안될 것 같아서다. 이젠 오늘의 이유식을 만들려 가야한다. 오늘은 소고기 다진것과 표고버섯, 양파, 브루컬리, 감자를 넣어 죽을 끓일 것이다. 원래 소고기 콩나물 죽을 한 번 끓여 줄까 했는데 콩나물을 유기농을 사지 않아서 다음로 미루고 버섯 죽을 끓이기로 한다. 이 죽이 끝나면 동생 텃밭에서 가져온 호박으로 죽을 끓여봐야겠다. 역시 당근을 잔뜩 넣고 밥을 넣고 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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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의 "끄응" 하는 소리가 들이고 고양이 복이는 "살그락, 살그락" 아침을 먹는다. 이 냄새는 복이의 응가 냄새다. 남편도 문을 열고 나온다. 나는 커피를 부탁한다. 지금 먹고 있는 이 연하고 구수한 커피는 독일 사는 김복경 대학원 동기 선생님이 지난 가을 딸 결혼식때 다니로 오면서 선물로 주신 거다. 연해서 남편이 맛있디고 아끼는 커피인데 내가 축을 낸다. 할머니로 돌아가기 전 오랜만에 가져보는 고요한 시간이다.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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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유식을 만들던 시간이 있었다. 다지기를 이용하기 전에는 손으로 다 다졌다. 밥을 삶아 까서 으깨고 먹일 때 스스로 만족했던 것 같다. 5월 5일 백일부터 우리 집에 살러온 손자는 이제 돐을 맞이한다. 나는 약간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탈없이 일주일을 보내야한다는 생각이 더 조심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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