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도 안해야겠다는 결심
초저녁 잠에서 깨면 자정이다. 기우는 하현달이 하늘에 비수처럼 꽂혀 있겠지.
도교육청 인력풀에 들어가 방과후 강사 구인 난을 둘러보다가 나온다. 이미 시골학교 미술지도 강사로 지원해 놓았다. 이미 한 학교에 독서 논술 지도 강사로 지원하였으나 임용되지 못헸다. 아무래도 개인 수강료가 나오는 방과후 프로그램은 더 전문적인 자격증이 필요할 지모른다. 그보다는 인제 365일하고 4일째인 손자를 키우는 입장에서 오후 일은 안해야 한다는 생각과 연금 200만원으로는 생활이 어려운데 어떻게 지탱할까하는 불안으로 무슨 일이든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어 강사 자리는 3월이 넘어야 구체적으로 모집을 하게 된다. 새학기가 되고 다문화 학생이 파악이 되어야한다. 그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요청이 오면 수업해 주고 안 그러면 손자를 보고 나머지 시간은 휴식하고 독서하고 그리고 산책을 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 너무 소홀하면 책임을 져야하는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안기도 힘들 정도로 잘 자라고 있는 손자를 우선으로 해야한다. 그런데 25년도에는 들어오는대로 일을 맡아 나도 힘들었고 남편이 주육아를 담당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다 지쳐갔다. 그런데 요즘 오히여 남편은 육아에 더 전념한다. 집에 있어도 오히려 나는 옆에서 쉬는 편이고 남편이 손자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다 하는 것이다. 하루에 두어 번 똥귀저귀를 갈아주고 씻기는 것도 남편이다. 집안일도 남편이 다한다. 내가 집에서 하는 일은 식사담당과 손자와 가끔 놀아주는 일이다. 손자 옆에서 슬그머니 졸고 있으면 남편은 이불을 덮어준다. 설거지, 문리수거, 빨래, 청소까지 남편 몫이다. 한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집안 일은 몽땅 남편 몫이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지하 주차장에 가로지기로 주차해 놓은 차를 새벽같이 올려놓는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들어있다. 우리 차를 밀어야 안 쪽에 세워놓은 차가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로 잰 듯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일을 잘 해 준다. 기계처럼 정확하게 잘 한다. 손자가 후기 이유식을 시작하였을 때 밥과 반찬을 따로 먹여야했다. 반찬으로 소고기, 두부, 달걀, 생선 등과 부루클리, 시금치 등 야채가 나갔다. 아이는 잘 먹다가도 뱉기가 일쑤였고 하나하나 잘게 나누어 먹여야 하는 수고가 필요했다. 여기서 남편은 당횡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말에 아들 부부가 내려와 손자를 데리고 외출을 다녀왔다. 놀이터에서 미끄럼을 타거나 놀이 시설에서노는 내 사진을 보고 잘 노는 줄 알고 추운 날씨인데 데리고 나가 놀았던 것이다. 감기 기운과 함께 밥을 잘 먹지 못했다. 돌을 앞두고 아프면 안 될 것 같아 유동식으로 바꾸었다. 한그릇에 먹이는 이유식은 먹이기도 편하고 우선은 아이가 잘 먹었다. 요즘 먹이는 이유식을 손자가 아주 잘 먹고 있다. 찐 찰밥에 오트밀과 소고기, 여섯 가지의 채소가 들어간 죽이라 어른이 먹어도 맛있다. 간을 안 해도 싱겁지가 않다. 자동 다지기를 큰 딸이 사주었는데도 수동식 다지기를 사용한다. 3일에 한 번씩 이유식을 만드는데 냉동실에 넣지 않고 먹이도록 하고 있다. 냉동 보관된 음식이 맛이 있겠나 싶어서다.
그러고 보니 손자 돌보는 일 중 먹는 것은 내 담당이다. 이유식 만드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처음엔 몇 그램씩 무게를 달아 만들어야 하고 엄선된 재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걱정을 하였다. 하지만 초기에는 인터넷으로 만들어놓은 이유식 재료를 사서 먹였으나 점차 유기농 재료나 농협에서 지역에서 키운 시금치나 친구가 농사지운 무, 제주도서 큰 딸이 보내주는 유기농 브로컬리, 당근, 양배추를 이용하여 만들어 먹이고 있다.
내가 일할 욕심만 버린다면 손자를 볼보고 먹거리를 장만하고 가끔 산책하면서 그리고 독서하며서 살 수도 있겠다.
아주 아끼면서 산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너무 손에 쥐고 있는 게 많아서 손자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3월까지 구직하지 않고 기다려야지 하다가도 또 구직난을 열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