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의 반딧불이 [4/4]

소설(5.18민주화 운동)

by 이로작가

10일의 반딧불이 [4]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설-






5월 27일의 기록은 없었다. 그날 오빠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날 밤, 오빠는 나를 앉혀 놓고 여행 이야기를 꺼내며 혹 다음 날 오빠가 집에 오지 않더라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라고 일렀다. 평소와 다른 말투와 무거운 분위기에 나는 아무 말도,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방 안에는 비극을 암시하는 듯한 무거운 공기와 초침 소리만이 나를 압박했다.



어머니는 온 동네를 뒤져 사라진 오빠의 행방을 찾았다. 모든 집이 사라진 가족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어머니는 식음을 전폐하고 아들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상진아, 상진아...”



그렇게 2주 정도 흘렀을까, 집에 연락 한 통이 왔다. 도청에 신원 미상의 시신 한 구가 있는데, 시신이 너무 훼손되어 알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큰 키에 마른 체형, 그리고 주머니엔 구겨진 전남대 대자보가 있다고 말했다. 우린 곧바로 도청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코를 후비는 듯한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우린 조심스레 천을 걷고 시신을 확인했다. 왼쪽 눈썹 위 좌상과 턱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피멍, 다 부르터져 검어진 입술, 목에는 무언가 커다란 것이 혹처럼 부풀어 있었다. 난 그 자리에 서서 어쩌면 내 오라비일 수도 있는 차가운 시신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단숨에 아들을 알아본 어머니는 썩어가는 살을 부둥켜안고 밤을 새워 통곡하셨다. 오빠의 빛은 그렇게 10일 만에 끝을 맺었다.



반딧불이 빛은 너무 작지만 모이면 달빛처럼 세상을 환하게 비춘다. 누구든 하나가 앞장서면 모두 따라오며 금세 한 무리를 이룬다. 앞서 간 반딧불이는 죽는 순간 빛을 깜박여 뒤따라오던 이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수많은 반딧불이의 희생 끝에, 진짜 달빛을 찾아간다. 불과 10일밖에 살지 못하지만, 그 10일은 반딧불이에게 아주 소중했을 터다. 오빠의 10일도 그랬다. 뒤따르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험 신호였고, 제 작은 빛으로나마 길을 밝히려는 간절한 바람이었다.



이 공책에 반딧불이 이야기는 없었지만, 나는 이제야 오빠가 왜 그토록 반딧불이 책을 쓰고 싶어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오빠가 마무리하지 못한 이 동화의 결말을 내가 대신 적어주기로. 나는 펜을 들고 조심스레 마지막 장을 펼쳤다.



채 완성되지 못한 글의 끝에 이런 결말을 적어냈다.



“10일이지만 반딧불이는 아주 행복했어요. 이제 하늘의 별이 되면 세상을 더 밝게 비출 수 있을 테니까요.”



오빠 말마따나 반딧불이 빛은 작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반딧불이가 죽어도 그들이 찾아낸 길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다른 이를 비추기 때문이다. 오빠의 빛도 아마 그런 의미였겠지. 나는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앞서 간 수많은 반딧불이의 희생이, 내가 사는 오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음을. 그리고 당연하게 찾아오는 우리의 봄이, 추위를 견딘 이들의 따듯한 선물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