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은 내 운명
은퇴하면 매연 냄새 맡으면서, 복잡한 서울에서 노후를 보내는 게 꿈이에요.
저는 휴가 때마다 서울 가요.
강원도는 너무 지루하고 심심하거든요.
강원도에서 태어나 강원도에서 교사를 한다는 삼십 대 분이 귀촌했다는 내 말을 듣더니 말했다.
멋진 계획이다.삼십 대에 이미 목표를 세우셨으니, 그분은 분명 그 꿈을 이루게 될 거다.
나도 이분처럼 삼십 때부터 이미 귀촌할 꿈을 꾸었다.
내가 귀촌을 결정했을 때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현했다.
늙을수록 병원 가까이 살아야지.
응급 상황 터지면 어쩌려고 그래?
환금성 없는 시골에 재산을 꼬라박는 건 자살행위야. 노후에 어쩌려고?
나 아는 사람은, 귀촌했다가 빌런을 만나 속 끓이다가 다 버리고 도시로 돌아왔어.
그러다 배우자 먼저 가면 혼자 어쩔 거고?
전철, 버스?
인프라기 전혀 없어
자가용 없이 못 사는데 나중에 운전 못 하게 되면 어쩔 거야?
뱀이랑 벌레는 어떻게 하려고?
정원?
잔디?
뽑고 뒤돌아서면 돋는 게 잡초야.
너 그러다 관절 다 날아간다.
멀어서 자식들이 오가기가 불편하잖아.
늙을수록 자식 가까이 살아.
배달도 안 되는 깡촌에서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
맞다.
다 맞다.
귀촌이 위험한 이유는 백만 가지가 넘고,
거기엔 분명 타당한 이유가 차고 넘쳤다.
귀촌해서 살아보니 진짜 맞는 말이 한 둘이 아니다.
귀촌을 가로막는 사람들의 말에 덜컥 겁이 났지만, 그 와중에도 귀촌하고 싶었던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럼 넌 언제쯤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죽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은 느리고 소박한 노후를 꿈꾼다.그중 몇 명이나 그 꿈을 실현하고 죽음을 맞이할까?
나도 응급 상황이 터지면 달려갈 수 있는 병원을 가까이 두고 싶다.하지만 어차피 다 가질 수 없다면,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을 가질 수밖에...
나는 사람들이 염려하는 이런저런 위험에 대비하느라 평생 꿈만 꾸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고 싶지는 않았다.온몸을 꼼꼼하게 살피고 계속 보수하면서, 최대한 길고 오래 버티는 게 내가 꿈꾸던 노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가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씻겨 주는 대로 살아야 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될 거다.
그토록 꿈꾸던 귀촌도 못해보고 내게 맞지 않는 도시에서 무료하게 그 끝을 기다리는 노인으로 늙고 싶지 않았다. 나는 병원 옆에서 100세를 사느니, 자연 속에서 70세를 살겠다는 각오로 귀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