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일상이 되기까지의 순간들 1

퇴근 후가 두려웠던 나에게, 운동이 생겼다.

by azul cielo

대학을 졸업하고, 작고 조용한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말이 회사지, 오래된 빌라들 사이에 있는 작은 사무실.
직원은 사장님과 나, 단 둘뿐이었다.


드라마 속 출근길엔 늘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걷는 모습이 보였지만,
내가 들어가는 곳은 그런 풍경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커피 향이 가득한 오픈 라운지도, 회의실도, 번쩍이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그저 책상 두 개가 놓인 좁은 공간, 그리고 느지막이 출근하시는 사장님.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가족과 저녁을 먹고, TV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또 같은 하루가 반복됐다.
어딘가 허전했고, 마음 한 켠이 자꾸만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마음 한 켠에 가만히 쌓여갔다.

가득 차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빠져나간 듯한 감정.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은근하고, 또 깊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집 - 학교 - 학원 - 집’이라는 루틴 속에서 자랐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에는 자연스럽게 ‘집 - 회사 - 집 - 회사’의 반복 속에 들어섰다.

아버지도 늘 그렇게 사셨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하루, 조용하고 묵묵한 일상.
그런 아버지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란 탓에,
나 역시 그런 삶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믿음에 조용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인기리에 방영되던 예능 <나 혼자 산다>를 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내가 좋아하던 신화의 김동완 오빠가 출연한 회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유난스러울 만큼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있었다.
영상도 찍고, 일본어도 배우고, 밥도 혼자 근사하게 먹고.
어쩌면 조금은 오버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그의 하루가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무척 근사해 보였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저런 삶을 살 수 없을까?”

하루의 1/3을 회사에서 보내야 한다면,
적어도 남은 2/3는 나 자신을 위해 써야 하지 않을까.


그때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무언가를 배워야겠다거나, 어딘가에 소속돼야겠다는 생각보단
단지 내 하루에 작은 변화 하나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운동을 등록했다.
내 돈으로,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