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병균덩어리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한창 더운 여름날, 한국에서 EMS 소포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우체국에서 받았다. 국제 EMS를 취급하는 우체국은 시내에 있었기에,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우체국에 도착하자 눈에 띄는 큰 박스 하나가 보였는데, 한글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 바로 내가 기다리던 소포였다. 창구 직원에게 물건을 찾으러 왔다고 하자, 세관원이 와서 상자를 열어야 한다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잠시 후, ‘CUSTOM’이라고 적힌 제복을 입은 세관원 아저씨가 등장했다.

우체국1.jpg 한국에서 온 EMS 소포

신분증과 서류를 확인한 뒤, 마침내 상자를 개봉했다. 그런데 상자가 열리자마자 우체국 내부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외국에서 온 박스에 호기심을 가졌던 직원들이 몇몇 모여 있었지만, 상자 뚜껑이 열리는 순간 세관원 아저씨와 남자 직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흩어졌다. 그저 자리를 피한 게 아니라, 문까지 닫아버리고 자취를 감췄다.


잠시 후, 우체국은 강력한 방향제 냄새로 가득 찼다.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건 대부분 식자재였다. 된장 냄새와 멸치, 새우 등 다양한 건어물 냄새가 섞여서 나조차도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였다. 냄새가 진동하니 세관 검사도 빠르게 통과되었다. 다만, 판단이 어려웠는지 세관원 아저씨는 여러 군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이유가 궁금해 단어 나열식 아랍어로 질문을 해보았지만, 아저씨는 먹는 시늉과 죽는시늉을 해 보이며 설명을 대신했다. 그 짧은 제스처만으로도, 한국에서 온 이 소포가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위험한 물건쯤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 의사 한 분을 데려왔다. 의사 선생님은 내심 만지기 꺼려지는 듯한 표정으로 상자를 살폈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 보였기에 나는 상자 안에 있는 말린 새우를 꺼내어, 사람들 앞에서 직접 한 줌 먹는 시범을 보였다. 그러자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서류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우체국2.jpg 지역 세관 담당자에게 문제없다는 확인서 발급받음


그래도 한 가지 걱정이 남았다. 다음번 한국에서 소포가 오면, 사람들의 반응이 더 조심스러워지지는 않을까?


요르단 우체국에서는 외국에서 온 모든 소포를 세관원이 직접 하나하나 검사한다. 반입 금지 품목은 없는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한다. 특히 전자기기나 공산품 같은 고가 물품은 높은 세금이 붙는다.

생산 공장이 거의 없는 나라이다 보니, 이런 품목들은 사치품처럼 여겨지고, 그만큼의 세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안전조끼를 받은 업체는, 물건 값보다 몇 배 높은 세금을 낸 후에야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요르단에 거주하는 한인분 중 한 명은 3D 프린터 및 전자기기를 한국에서 소포로 받았는데, 우체국 직원들이 용도를 이해하지 못해 결국 지역 정보부까지 함께 방문해야 했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세금 책정 기준은 존재하지만, 담당자에 따라 다소 주관적으로 운영되는 듯하다.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세관원이 남성이라 그런지, 남성보다 여성이 소포를 찾으러 갈 경우 더 수월하고 저렴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끔 우체국을 다녀온 한국 사람들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 요르단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고 말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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