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내가 살았던 타필라는 요르단에서도 교통편이 좋지 않은 지역 중 하나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수도 암만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버스에 사람들이 타는 속도에 따라 최소 3시간 30분에서 길게는 6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도시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타필라는 외국인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보니, 지인이나 친분 있는 사람이 차량을 타고 찾아오겠다고 연락이 오면 그날은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처음에는 손님이 온다는 사실을 공과대 학장에게 알려 두는 방법을 썼다. 외부인이 방문할 때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한 번은 코이카 여성 단원이 학교 행사 지원을 위해 타필라에 온 적이 있었다.
행사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우리 집에 가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집에 도착해 막 차를 마시려던 순간, 한 번도 울린 적 없던 초인종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나를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여성 단원과 나는 ‘이 아침에 도대체 누굴까?’ 하는 의문을 품고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학교 직원과 처음 보는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이 문 앞을 막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평소 집에 문제가 생겨 연락을 해도 느릿느릿 오던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온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아침에 여자와 함께 아파트에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설명했다.
그 여성은 내 손님이며, 오늘 있을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타필라에 왔고, 행사가 끝나면 바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아침 일찍 출근 시간도 아닌데, 그토록 누가 집을 방문했는지가 궁금해 찾아온 그들의 행동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로는 혹시라도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외부인이 방문하기 전에는 공과대 학장이나 담당 교수에게 미리 알리기로 했다.
이곳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전통이 있다. 다른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문 밖에서 자신이 왔다는 기척을 남기고, 집 안에서 남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남자가 나오면 손님을 집안 응접실로 안내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남자만 있는 집에 외간 여자가 들어오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 전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에서, 내가 외국인 여성과 함께 이른 아침에 당당히 집으로 들어갔으니 누군가가 학교에 알렸고, 직원들이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나는 늘 과도한 관심 속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웃이 누구인지조차 관심 없이 지냈는데, 여기 사람들은 특히 외국인 이웃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많다. 또 이곳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음식을 먹는지도 무척 궁금해한다.
“하루 세 끼 모두 쌀밥을 먹는다.”라고 말하면, 빵을 주식으로 하고 쌀은 가끔만 먹는 이곳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동네 아이들은 집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문이 조금 열리면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집에 초대받았을 때 신기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가고 싶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주로 지방에서만 일어난다. 수도 암만에서는 누가 어디에서 잠을 자든, 주변 사람들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타필라를 오가면서 외부인의 방문이 예전처럼 큰 화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여성이 찾아오면 여전히 시선이 집중된다. 아파트에 사는 꼬마아이부터 경비 아저씨까지, 하나같이 “무슨 관계냐”고 묻는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은 가끔 짓궂은 농담을 던진다. “한국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한국 여성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첫 번째 부인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는다.”라고 농담을 던지는데, 그 말을 꽤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타필라는 암만처럼 대형 마트가 없는 지역이다 보니 누군가가 방문한다고 하면, 시내에 나가 먹을 것과 마실 것, 그날 요리할 재료와 과일들을 사 와야 한다. 이곳 사람들은 음식을 냉장 보관하기보다는 매일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며 살아가기에,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가 꼭 필요하다.
냉동된 고기를 사는 것보다 직접 잡은 생닭을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곳이다.
또 한국처럼 각 부위별로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가 아니라, 정육점에 통째로 걸려 있는 고기에서 원하는 부위를 말해 잘라 사야 한다. 이렇다 보니, 타필라에 살때는 다양한 식재료를 한 번에 사기 위해 가끔은 암만에서 물건을 사 들고 내려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