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감독 아무나 하나

붉은 사막, 요르단에서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by Anwar Kim

한국국제협력단 시절 임지가 대학교이다 보니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시험이 절기마다 있다. 시험 기간에는 주도적이지는 않지만 시험문제를 만들고, 시험지 채점을 하고, 시험 감독을 들어간다.


담당 수업을 시작하기 전, 어느 전공 교수의 부탁으로 시험 감독을 들어간 적이 있다. 학생들의 수가 많은 관계로 시험 장소는 두 군데였고, 시험 감독은 나와 담당 교수가 하였다.


그때는 지금보다 학생들의 얼굴이나 이름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학생들 또한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기였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생활까지 했던 교수는 나에게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을 꼭 잡아야 한다고 시험 감독 전에 단단히 일러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요르단 학생들의 부정행위 문화는 어려서부터 형성된다고 한다. 현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부정행위를 많이 하는데, 이것도 능력이라는 이야기를 이곳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받고 있는 학생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로, 나와 함께 일하는 교수가 유독 그런 것인지, 다른 교수들도 그런지 궁금해서 시험 기간 중 다른 교수의 시험 감독을 일부러 도와주러 가보았다. 그곳에서도 역시나 교수는 매서운 눈으로 학생들의 시험을 감독하고 있었다. 나는 대다수의 학생이 하는 행위가 아니라, 적은 수의 학생이 하는 행위가 크게 부각되어 사람들의 인식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이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지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뒷부분에서 시험을 보던 학생의 행동이 눈에 들어왔다. 시험 장소에 몰래 들고 온 쪽지를 보는 학생의 행동을 목격한 것이다.

시험 감독에 들어가기 며칠 전, 같이 파견된 코이카 단원에게 엄청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요르단에서 상주하는 지상사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직원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장소에서 현지 직원의 잘못된 부분에 대하여 조금 과격하게 표현을 한 건설사 직원분이, 다음날 현지 직원으로부터 자전거 체인으로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난 뒤라, 강하게 나갔다가는 내 임지에서 무서운 일이 발생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처음에 내 경고를 가볍게 생각했는지, 그 학생은 두 번의 경고를 더 듣고서야 그 행위를 멈추었다. 시험이 완료되고, 옆방에서 시험 감독을 하던 교수에게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교수는 그 학생을 바로 불러서 낙제라는 점수를 매겼다.

퇴근길까지 쫓아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학생,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매서운 눈…. 얼마간은 학교 주변 지역에서 혹시 보복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집에서 출근을 하기 위해 문을 나설 때도 문을 붙잡고 여기저기 주변을 둘러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때 부정행위를 하던 학생에게 경고를 주지 않고, 교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계속 시험 감독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이곳 학생들에게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나설 수 없었을 것이다. 한 번 내 자신을 속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다음부터는 구렁이가 담을 넘어가는 것처럼 쉬운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항상 어항 속 금붕어가 되어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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