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안에서 의미를 유추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단어 하나하나를 해석해 주기보다 꼭 알아야 되는 단어나 전체적인 내용을 간략이 설명해 주는 걸 추천드려요.
모르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며 아이 실력이 자란 답니다.
두 돌 전 아기는 영어와 한국어 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모국어가 성립된 이후에는 아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싶어 하지요.
영어와 한국어를 나누기보다 영어로 보는 한국이라면, 색다르고 재미있을 거예요. 우리 문화를 해석한 이야기는 친근감을 더해 아이들이 먼저 반깁니다. 어른에게는 놓치고 있던 전통문화와 일상을 일깨워 주기도 하지요.
<Where’s Halmoni?> 영어 책일까, 한글 책일까
호랑이가 문을 열어주며 여러분을 반깁니다. 할머니를 찾는다는 말에 혹여 잡아먹지 않을까 망설여지지만 ‘책 덮기’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용감하게 들어가 볼까요.
신기한 단어들이 가득해 유심히 보니 Halmoni, Noona, Tokki, Doh-kke-bee 할머니? 누나? 토끼? 도깨비?입니다. 영어책에서 한글을 만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 아이들이 먼저 인쇄가 잘못된 것인지 제목을 다시 살펴보기도 하고, 한글 책인지 물어봅니다. 궁금증도 잠시 줄줄이 이어지는 한글에 서둘러 책 장을 넘기곤 깔깔거리지요. 할머니 집을 방문한 진과 준은 사라진 할머니를 찾아 정체불명의 발자국을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한국말만 하는 달토끼와 대화를 나누는 중 “너무 맛있다, 눈은 이렇게 아주 무섭게 찢어졌어, 앤드 엄청 길고 엄청 커! 아주 커 그냥 큰 게 아니라 배리 커. 음…” 배리 커에 팡 터져 웃었어요. 한국식 영어 표현이네요. 한글을 모르는 분을 위해 뒷 장에 영어 해석이 첨부돼 있어요. 아이들마다 한글을 먼저 읽는 친구, 영어를 우선 읽는 친구로 나눠집니다. 앞 뒷장을 넘나들며 읽으니 마치 사전을 찾는 기분이에요. 하드커버는 한옥의 문을 만지는 듯 무게감을 더해주고요.
일월 오봉도, 백자, 경대, 탈, 누비이불까지 볼 수 있는 할머니 집. 누비이불을 들추면 왠지 돌침대가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엉뚱하고 욕심 많은 호랑이, 현명한 달 토끼, 장난기 많지만 사람을 도와주는 도깨비, 구미호에 대한 설명도 뒷장에서 꼼 꼼이 나와있어요. 구미호는 원래 하늘과 땅을 오가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비한 동물 이었던 점을 착안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해요. 이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사실이라는 듯, 앞 뒤 속지에 이야기 전 후 과정까지 담겨있어요.
한국적, 미국적, 영어적인 색채가 녹아 있는 <Where’s Halmoni?>. 과거로부터 현재가 나오고 미래로부터 현재가 깊어지듯, 도깨비 손잡이와 지금을 넘어 미래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