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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재미있지만 찡한 <완득이>

망한 캐릭터들이 건네는 위로와 희망

by debbie


표지 디자인부터 완득이가 튀어나올 것 같다.


첫 문단

똥주를 죽여달라며 신에게

다짜고짜 협박하는 고등학생 완득이.


상황 파악을 위해 나온 아드레날린이

다음 페이지로 이끌었다.


첫 장보다 먼저 나온 만화!

웬 백수 아저씨와 소년 있다.

백수 아저씨가 아이를 괴롭히는 이야기인 걸까 하는 추측 해 봤다.


(영화도 있으니 직접 읽거나 본다면 좋을 것 같아

스포는 최대한 하지 않는 것으로.)


첫째 캐릭터가 살아 있다.

완득이, 똥주 담임, 난닝구 삼촌까지.


“능력치 잘못 올리고 키운 캐릭터 같은 인간들.

동급 레벨 대비 최저 능력을 보유한 망한 캐릭터들”

p. 107이 다수 나온다.

담임을 죽여달라며 안 죽이면 다시 온다고

신을 협박하는 완득이가 웃기면서도 얼마나 절실했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라면이다.

다음에 햇반이 나오면 가져다줘야겠다.

어떻게 된 게 내 주변에는 수급자인

내가 가져다줘야 할 사람들만 널렸는지.” p. 123

밑바닥 삶일지도 모르겠지만,

주변을 은근 챙기며 살아간다.


카바레에서 춤을 추며 살았던 아빠는

예술적인 춤을 추지만

남들은 춤 쟁이라고 할 뿐이다.


본인도 힘든 상황에,

장애인 삼촌을 거둬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이다.

둘째, 비속어와 액션들이 많이 나온다.

글을 쓰기 위해 복싱, 호신술이나

최소한 태권도라도 배워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 액션 무비를 자세히 보는 것으로

스스로 타협점을 찾았다.


셋째, 마지막에 주인공이 멋지게 나오지 않아 좋다.

현실에 갑자기 좋은 일이 생겨도

나머지 삶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


삶은 로또가 아니니깐.

아니 로또에 당첨이 돼도

먹고, 자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완득이가 복싱에 이길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주인공이니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넷째, 읽은 후 마음이 따뜻해졌다.

기초수급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이야기로

빡빡한 삶을 보여주지만

뚜렷한 악인도 없다.

무엇보다 무겁지 않아 좋다.


그건 똥주 역할이 크다고 본다.

공부는 필요 없다며 아이들에게 욕하는 선생.

옥탑방에 살면서 기초 수급자에게 햇반을 삥 뜯는 선생.

전 재산을 들여 교회를 사

이주 노동자를 도와주는 선생.

앞집 아저씨랑 쌍욕을 하며 완득이를 지켜주는 선생.


눈치 백 단이라 완득이가 아빠에게 맞을 때 등장해

“완득이 아버님 잘하십니다.

안 그랬으면 저거, 내일 나한테 죽었습니다.”라고 한다.

의무 없는 독서는 오랜만이다.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끄적여둔 글이

쌓여있다.


책 추천하려는 마음이 앞설수록

글은 써지지 않았고 유튜브에서 헤맸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문장 안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인데

서평에 매몰됐다.


모든 걸 내려놓고 기본이 독서부터 라고 생각해

집은 책이 <완득이>였다.


계속 따뜻한 마음을 품고 책에 빠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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