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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밤을 통과해서

바다로 간 펭귄

by debbie

아이가 본 어른은

따뜻하고 온화하며 어려움도

꿋꿋이 헤쳐나가는 멋진 사람으로 보인다.

어른은 누구나 자기만의 상처가 있다.

흰 바위 코뿔소 노든 처럼.


“눈이 멀어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절뚝거리며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귀 한쪽이 잘린 채 이곳으로 오는 애도 있어.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는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우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p.12


코끼리 고아원에서 할머니 코끼리가

노든에게 해준 말이다.


코끼리 고아원을 나온 노든은 아내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밀렵꾼에 의해 가족들이 죽임을 당하고

노든만 동물원에 온다.

인간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친 그에게 앙가부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를 해준다.

노든은 아카시아잎을 실컷 먹고 머리 위까지

자란 풀숲을 거닐고 탁 트인 초원을 뛰어다니던

이야기를 해준다.


바람보다 빨리 달리고 싶은 앙가부와

동물원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고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노든이 치료를 받으러

우리를 떠난 밤,

밀렵꾼이 앙가부 뿔이 자르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다.


살아남은 노든은 절규한다.

곧 전쟁이 일어나 동물원도 폭격을 받자

노든은 그곳을 떠난다.

바구니를 든 치쿠와 만나

바다를 향해 매일 걷는다.


먹을 것도 잘 못 먹고 바다를 향해 가는 치쿠,

목숨이 다할 걸 예상하고 알을 맡긴다.

서툰 흰 바위 코뿔소와

어린 펭귄은 여행이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 물을 만나 움츠러든 펭귄에게 노든은

뿔을 내어주며 함께한다.

밤에는 따뜻하게 품어주고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해준다.

점점 노쇠해지는 노든이 사람들에게 잡혔다.


함께 있겠다는 펭귄에게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고아원을 떠날 때 할머니 코끼리가 해주었던 말을 전해준다.


한 생명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

여러 생명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누군가가 아직도 내 가슴속에

저 위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별 도움으로 여기 있었고 나아가고 생명을 키워간다.


긴긴밤은 당신은 어떤 어른인지 묻고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바다를 향해 나가라고 한다.


자라고 있는 어린이와

덜 자란 어른 모두를 위한 책이다.


“나는 절벽 위에서 한참 동안

파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바다는 너무나 거대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작았다.

바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엉망진창이었다.” p.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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