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리더는 선택지를 적게 줘야 한다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 활용하기

by 이소소

어떤 집단을 이끌어갈 때,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건 당연히 매우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리더’와 ‘보스’의 차이도 여기에서 나온다.

‘보스’는 그냥 앞에서 지시만 하지만,
‘리더’는 뒤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율한다.


나는 늘 ‘보스’보다는 ‘리더’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어느 시기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방식을 택했다.


가게 직원들에게도
“오늘 회식 뭐 먹을래?”처럼 가벼운 질문부터,
조금 무거운 매장운영 방침까지도
하나하나 모두 의견을 구하고 진행했다.


길드 운영진들에게도
“이번 주말 이벤트 뭐 하면 좋겠어?” 같은 식의 질문을 자주 했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방식을
‘개방적 질문’이라고 한다.


개방적 질문은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상대방의 성격이나 성향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명확한 선택지가 있는 질문은 ‘폐쇄형 질문’이다.
“치킨 먹을래, 삼겹살 먹을래?”
“서버 이전 할래, 말래?” 같은 질문들이 이에 속한다.
명확한 선택을 빠르게 얻기엔 이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나는 이전엔 주로 개방적 질문을 선호했다.
‘좋은 리더’는 사람들의 의견을 무조건 최대한 많이 수렴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과 전혀 달랐다.


일단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의견이 많을수록 결정은 늦어졌고,
결국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서
리더인 내가 다시 나서서 선택지를 좁히고 투표까지 진행해야 했다.


시간 낭비도 심각했고, 감정적 소모도 많았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고 난 뒤부터는,
나만의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을 만들었다.


바로 ‘선택지를 좁힌 폐쇄형 질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평소에 구성원들이 하는 말들을
의도적으로 귀 기울여 듣고, 최대한 많이 기억해두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A 직원은 치킨을 좋아하고,
B 직원은 술을 좋아한다는 걸 기억해둔다.


길드에서도 마찬가지다.
A 길드원은 전쟁이나 결투 같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좋아하고,
B 길드원은 조용히 성장하는 평화적인 스타일이다.
우리 길드의 구성원이 호전적인 사람 70%라는 것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정보를 충분히 기억해뒀다가,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다음 주말 회식 갈 건데, 치맥할래 삼겹살에 소주할래?"
이렇게 물으면 결과는 금방 나온다.

A직원은 치킨을 좋아하고, B직원은 술을 좋아한다.
치킨과 술이 함께 있는 '치맥'이 자연스럽게 선택된다.
"회식 갈건데 뭐 먹을래?" 보다, 두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에다가
서로 눈치를 보거나 의견이 갈리지 않기에,
결정은 깔끔하고 빠르게 끝난다.


“다음 주부터 서버 이전 기간입니다. 이전 갈지 말지 내일까지 투표해주세요.”


그러면 길드원들은 자연스럽게 결정을 한다.
우리 길드의 특성상, 서버 이전은 거의 70% 이상 찬성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어느 서버로 갈지’까지는 투표하지 않는다.
투표를 할 땐 선택지를 딱 하나만 준다.
“서버 이전 할래, 안 할래?” 이거 하나다.


3서버와 4서버 중 어디로 갈지는
나와 운영진이 판단해서 결정한다.


왜냐면 경험상,
서버를 어디로 갈지까지 투표를 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길드가 쉽게 분열된다.


“거봐, 4서버 갔어야 했잖아!” 같은 식으로
불만과 책임 전가가 내부에서 생겨나기 쉽다.


리더인 내가 결정하면,
책임도 내가 지면 된다.
결과가 안 좋으면 나 혼자 욕먹으면 된다.
적어도 팀이 흔들릴 일은 없다.


중요한 결정은 결국 리더가 해야 한다.
리더는 결정의 책임까지 함께 지는 사람이다.


내가 경험한 최고의 리더십은,
사람들에게 ‘개방적 질문’으로 시작해서 그들의 생각과 성향을 충분히 파악한 후,
결정의 순간엔 명확한 ‘폐쇄형 질문’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많은 선택지 앞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고 혼란스러워 한다.


리더의 역할은
결국 ‘결정’을 하는 것이다.


모든 걸 민주적으로 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순간에 정확히 방향을 찍어주는 게 진짜 리더십이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게 아니라,
정확하고 명확한 선택지 몇 개만 줘서
구성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결정하는 법을 배웠다.
선택지를 적게 줄수록 팀은 안정적으로 굴러간다.


진짜 리더는
선택지를 제한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걸 물어보는 리더가 아니라,
필요한 걸 결정하고
“자, 이 길로 갑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리더가
결국 팀을 오래 끌고 간다.

토요일 연재
이전 10화개인 사정으로 다음주 업로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