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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도현 Dec 25. 2024

댁에는 자신의 방이 있으세요?

아이들과 5~6살일 때 집에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았을 때가 있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하나, 둘, 셋, 넷..... 열 , 자! 이제 아빠가 찾는다. 아이들이  숨을 만한 곳인 장롱 안, 문 뒤편, 침대 밑 부분 꼼꼼하게 찾아다닌다.      


나도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숨바꼭질 동네 아이들과 숨바꼭질하던 기억이 난다. 동네에서 찾지 못한 곳을 기억했다가 그리로 숨곤 했다. 한 번은 옥상에 자그마한 창고에 숨었다가 ’ 아이들이 나를 찾지 못하겠지 ‘ 하는 안도감과 함께 긴장감이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온 동네에 아이들과 할머니가 나를 찾으러 다녔던 때도 있었다. 그 방에 혼자 있을 때 고요하고 차분했던 그 느낌... 어쩌면 난 지금도 그 방 안에서 자기만의 내 느낌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해 3월 우리 독서모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책인 ’ 자기만의 방‘을 이달의 독서로 선정하고 읽었다. 왜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그 당시 울프에게 필요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글의 첫 장에 나오는 그 시대의 여성은 대학교의 잔디도 밟지 못했으며 도서관도 남성과 동행 하에는 가능했지만 혼자는 들어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시대가 바뀌어 자기만의 방을 나만의 입장에서 다시 재해색 해 보았다.     

   

여성, 남성,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에게 나만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인간은 어머니의 작은 자궁에서 태어나 청소년기에는 나의 방을 가지며 청년이 되면 독립을 하여 나만의 집을 가지고 그 뒤 결혼을 하며 가정을 꾸리며 자식이 태어나면 집 평수를 늘려서 각자의 방을 만들어주고 그 아이들이 또 자라나면 부부 둘만이 남겨 되어 결국 집을 줄이고 궁극에는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관속으로 들어간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엄마, 아빠의 작은 소리에 반응하고 교감하며 귀를 기울이던 모습처럼 어쩌면 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는 나를 알아가기 위한 , 자기만의 자아에 대한 몰입과 성찰, 그 속에서 내가 가진 문장과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해 둔 나만의 이야기 언젠가 꼭 써야 될 말이 아닐지 싶다. 나의 솔직한 내면과 여러 다양한 나를 발견하고 나를 뱉어내고 나를 정화시키는 작업이 나만의 방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한 번씩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한동안 말없이 그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나만의 굴, 나만의 방에 혼자 들어앉은 것처럼 며칠씩 생각했다. 그것을 풀기 위한 답이 무엇일지? 그럴 때면 아내 ”당신 요새 무슨 일 있어? 통 말도 없고, 어디 아파? “하며 묻곤 하면서 얼른 그  동굴에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한다.     


흔히 남자는 자기만의 동굴이 있다고 한다. 힘들면 자기만의 동굴에서 여러 가지 생각도 하고 고민도 하고 하는 것이 자기만의 방이 아닐까? 그래서 뒤따르는 500파운드의 돈, 자기만의 방을 영위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물질, 그것을 통한 나만의 위로, 나 자신의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만나는 몰입과 정화를 통해 나는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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