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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도현 Dec 25. 2024

방패연

“저는 솔직히 스트릭랜드가 살았던 삶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현실에서 자기 혼자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고 남 생각 1도 없이 행동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스트릭랜드가 하는 행동에는 완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책 속에 이런 말이 나와요 ‘나는 현재를 사는 사람이요’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전전긍긍하며, 정작 그 속에 자신은 없는데 스트릭랜드는 현재를 사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본인이 내켜하지 않는 것은 하지도 않고 자신의 이상과 즐거움을 추구하고 삽니다. 그가 사는 것에는 공감하고 한 번쯤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매일같이 반복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삶 속에서 재미나 즐거움 따위는 없고 그저 먹고살기 위한 호구책으로 직장에 출근하기를 여러 번... 직장상사에게 깨지거나, 고객에게 욕이라도 듣는 날에는 하루에 12번씩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최근 산 주식이 올라갔다는 등, 몇 달 전 산 집이 프리미엄이 얼마가 붙었다는 등 예전에는 솔깃했지만 지금은 그저 경제적 가치, 물질만을 추구하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그들이 말하는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직장을 가지면 나라는 안도현을 나타내 줄까?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아빠, 연이 자꾸 땅으로 떨어져” “응, 처음 연이 바람을 타고 올라가면 균형을 잘 잡으면서 손에 있는 끈으로 줄었다 늘었다 하면서 바람을 타야 해”


봄이 오는 4월의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농업기술센터에서 방패연을 날리고 있었다. 바람이 심심치 않게 불어 주변에는 벌써 하늘 저 멀리까지 가 있는 형형색색 연들 이 하늘에 나부끼고 있었다. 갑자기 실이 끊어진 연은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구름 사이로 더 멀리 더 멀리 푸른 하늘의 한 점이 되어 사라졌다.      


어쩌면 인간은 달과 6펜스 사이에서 저 방패연처럼 현실은 줄에 묶여 있으면서 이상은 하늘로 날아가고 싶은 이상과 현실을 줄타기하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지 싶다.      


언젠가 문득 살면서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그만큼 나에게 여유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뭐가 그리 바쁘다고 쫓기듯이 무언가를 향해 앞만 보며 달려왔던가? 대학교 1학년 캠퍼스 잔디에 누워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던 맑은 하늘이 생각났다. 그때 하늘은 지금의 하늘처럼 맑고 푸르렀던가?      


최근 일하는 중간에 바람도 쐴 겸 밖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내 마음만 변했을 뿐... 그토록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키워드는 찾았는가?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머리가 복잡해져 내가 좋아하는 노래인 벤 폴즈의 ‘still fighting it’를 틀었다.      


‘잘 잤니? 아들아. 난 한 마리의 새란다. 갈색 폴리에스테르 셔츠를 입은

콜라 마실래? 아니면 감자튀김 먹을래? 소고기 콤보는 9.95달러밖에 안 해.

괜찮아 넌 돈 낼 필요 없으니까. 나에게 돈이 있단다.

다들 알고 있어. 어른이 되기 위해선 아파야 한다는 걸. 그래도 다들 견뎌 내. 다시 여기로 돌아오니 기분이 이상하구나. 내게 해줄 말이 있어. 세월이 흘러도 우린 계속 싸워야 한다는 걸. 우린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는 걸. 넌 날 참 많이 닮았구나. 그래서 미안하구나.’     


노래가 끝나갈 무렵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단지 내가 가진 삶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나의 최대 영역 치일까? 아니면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이상을 추구하는 삶이 맞을까? 또 아이들이 커서 달과 6펜스의 삶 중 어떤 것이 맞는지를 나에게 질문을 던지면 나는 무어라 답을 줘야 할까? 오늘도 이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휘감아 나가며, 나의 고민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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