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순리를 따르며 사는 사람들

by nessuno

하루하루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나에게도 뭔가가 필요했다.


우연히 찾아온 도시재생 팸투어 즐기자 GO

'그래, 인생 뭐라고 가자~~ 떠나자!! 급하게 내려온 순천 그렇게 순천에 첫발을 내디뎠다.

새벽 6시 반 입가에 내뿜은 허연 공기를 가르며 열대명이 주차장에서 체조를 하고 있었다.


'도현씨" 맞으시죠? '네' 수줍은 인사를 건네고 같이 어깨도 돌리고 발목도 풀며 그 대열에 합류한다.

첫 번째 미션 두둥!!


"핸드폰의 화면을 열고 스텔라리움이라는 어플을 깔아보세요


뭐가 보이세요? 스피카, 처녀자리 다양하게 보이시죠?


우리는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어요

그걸 가족들에게 보내주세요" 갑자기 울컥했다.


맨날 지지고 볶고 하던 가족인데 막상 혼자 이런 곳에 별자리를 보며 생각하니 괜시리 미안해졌다.

어둠을 뚫고 동천으로 발걸음을 올기며 동천테라스 커피숍을 지나 둔치로 서서히 걸어 나갔다.

동천사이로 뺴꼼히 솟아오르는 태양은 나를 반겨주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어둠이 조금씩 사라지며 조금씩 붉은색에서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주변을 보니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뭐라 형언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떠오르는 태양을 뒤로 한채 동천 물의 정원 4~5km를 걸으며 동천 물 위로 가마우지, 백로, 물닭, 오리 등을 관찰하며 평소 느껴 보지 못했던 자유로움과 햇살을 받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역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겨가던 중 행인들의 생기 어린 목소리 "직접 재배한 배추 가지고 가쇼~잉"

언제 들어도 재래시장은 정겹고 살아 있었다.

다양한 해산물 시장을 지나 오랜만에 12첩 반상의 아침 식사는 나의 입맛을 돋웠다.

시장을 뒤로하고 순남초등학교와 공존하는 도시재생사업인 저전동 비타민센터를 탐방하며

국장님의 능글맞은 입담 속에 원도심 주민들의 삶의 지혜와 같이 살아가는 스토리, 골목정원 등 주민들의 작은 소망 하나하나가 모여 만든 마을 정원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어쩌면 우리 마을도 저렇게 해보고 싶고 살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부러웠다.

그렇게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순천 원도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서 내가 느낀 게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제목은 기억 나지 않지만 영화 주인공 대사에서‘ 사람들은 불행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행복한 기억으로도 살아갑니다’라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일상생활에서 행복한 기억은 몇 퍼센트일까?


삶은 매번 똑같이 반복되고 힘들고 지치지만 이런 작은 행복감들이 모여 삶을 이루고 추억이 된다는 것은 좋은 기억이다.


나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가면, 결혼을 한다면 행복하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리던 삶을 살고 그렇게 되어 있으리라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팍팍하지만 힘을 내보려 한다.


내가 자주 다니던 도로 옆 화단에서 발견한 이름 모를 꽃을 발견한 기쁨,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 있는 모습, 퇴근 후 내린 지하철에서 맞이한 노을, 어쩌면 이러한 순간이 나에게 주어졌지만 내가 보고 느끼지 못한 행복이 아닐까?


순천(順天), 하늘에 순리를 따르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에게 어느 정도 답을 준듯하다.


인생이 변해 가는 것이 슬픈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모든 게 다 변한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일이 슬픈 것이다.


변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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