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時節)

by nessuno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시절은 ‘일정한 시기나 때’ 또는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는 자연현상에 따라서 일 년을 구분한 것’입니다.

세상의 형편을 가리켜 시절이라고도 합니다.

보통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계절도 있고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할 때 계절에 빗대어 청소년기는 봄, 청년은 여름, 중년은 가을, 노년은 겨울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또는 사람의 살아온 인생을 구분할 때에 쓰이기도 합니다.


내가 겪어온 수많은 시절들 중에서 가장 초라하고, 남루했던 시절이 지금 나를 있게 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는 시절이 있는가 하면, 얼마나 맑고 순수했던지 투명했던 시절도 있습니다.

내가 걸어온 모든 시절들을 한데 모아서 ‘인생’이라고 부릅니다.


1980년 2월 23일은 아직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 그러나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며 새로운 생명력을 꿈틀거리는 대지 위를 젊은 두 다리로 마음껏 뛰어다녔을 계절일 거야. [출처: 경찰관 속으로 원도 p.112]

나의 아름다운 시절, 혹은 전성기는 언제였을까요?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불안전한 나 자신을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는 존재들입니다.


허나, 네 개의 다리가 있는 의자는 다리 하나가 없어도 앉을 수 있듯이 인생에서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다리 하나를 찾아다닐 이유가 있을까요?


의자는 다리가 세 개여도 앉을 수 있고 충분히 행복합니다. 어쩌면 답은 이미 내 가슴속에 있었습니다.

내 삶에 반복되는 하루에 ‘아무것도 없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처럼 나의 하루하루 작고 소중한 시절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룬 것입니다.


내겐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지는 그 시절이 있어서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는 것


사는 일이 고단해서 저절로 두 눈이 감기는 날이 오더라도


이렇게 마음을 위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이겨 낸 이 하루가 있어서 나의 또 다른 삶이 빛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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