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이나 넘게 하는 아디다스 점퍼
아버지에게 사달라고 졸랐던 날
우리 집 형편에 사줄 리가 만무하지
그런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온 동네가 잿빛이 된 동네
오로지 중앙에 화구만이 붉은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지
그곳에서 난 아버지와 함께 일을 했네
아침 7시 은갈치의 은색보다 빛나는 사각알루미늄을 들고
붉은 태양 화구에 집어넣는다
아침에 4개, 오후에 8개 아버지 손에서
만들어진 형틀
한겨울인데 땀이 비 오듯이 내리네
붉은 화구 안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 꽉 잡은 두 손
허기진 배를 고봉밥에 먹고 또 먹어도 배가 고프네
도대체 아버지는 어떻게 견뎌왔을까?
내 나이 40대 중후반, 그 당시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 스치고 지나갔을까?
난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들이 겹쳐졌을까?
나지막이 아버지의 이름을 불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