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와 맛이 살아있는 시장 하루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달력에 표시해 둔 장날을 맞추어 양평 오일장에 도착했다. 시장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고,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잠시 마음을 졸이다가 마침 자리를 비우는 차 덕분에 운 좋게 주차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는 장날의 운에 맡겨보자’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시장 골목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열기로 공기가 달아올랐다. 장바구니를 든 이들이 오가고, 가게 앞에는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기절호떡 가게 앞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나는 기다림 대신 곧바로 즐길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시장이 주는 매력은 선택의 자유에 있고, 그 안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풍경을 만든다.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빈대떡은 시장의 소리이자 향기였다. 녹두빈대떡과 고추전을 간장에 살짝 찍어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떡집에서 산 인절미는 집에 돌아온 뒤에도 그 맛이 남아, 장터의 기억을 오래도록 이어주었다. 인절미 한 점에도 정성과 시간의 향이 배어 있었다.
장을 마치고 나오면서 발걸음이 향한 곳은 단골 순대국밥집이었다. 20년 동안 변치 않은 맛, 뚝배기 속 국물은 늘 깔끔했다. 순대와 고기가 적당히 섞여 있어 깊은 맛을 내고, 토렴 한 밥이 어우러지니 더위에 지친 몸이 풀렸다. 김치와 깍두기의 아삭한 맛은 국밥의 풍미를 더욱 살렸다. 그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오랜 기억이 축적된 시간의 맛이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늘 하루를 곱씹었다. 양평 오일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땀과 웃음, 음식의 향과 정겨움이 모여 만들어낸 작은 축제였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장날을 걸어보는 일, 그것은 작은 행복이자 오래 남을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