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처 홍원항. 전어와 꽃게가 부르는 가을의 노래

싱싱한 바다의 별미와 함께한 항구의 하루


1. 가을의 항구로 들어서다


가을은 바다를 가장 풍성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서천 홍원항에 다다르면 공기부터 다르다. 짭조름한 바람 속에 섞인 불향과 바다 내음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매년 이곳에서는 전어와 꽃게 축제가 열린다. 이름만으로도 입안에 고소함이 번지고, 살이 꽉 찬 꽃게의 달콤한 향이 떠오른다. 올해 역시 바다는 풍년을 선물했고, 사람들은 그 선물 앞에서 미소 짓는다.




2. 전어가 전해주는 고소한 기억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은 여전히 유효하다. 항구 골목을 걷다 보면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전어 냄새가 바람결을 타고 퍼진다. 회로 먹으면 뼈째 씹히는 고소함이 살아 있고, 숯불 위에 올린 전어는 기름이 떨어지며 항구 전체를 향으로 채운다. 새콤한 양념에 채소와 함께 무쳐낸 전어무침은 입맛을 깔끔하게 깨운다. 이 계절, 전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을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3. 꽃게가 전하는 계절의 풍성함


가을 바다에서 또 하나의 주인공은 꽃게다. 음력 그믐 무렵이면 살이 가장 알차게 차오른다. 찜으로 쪄내면 하얀 속살이 달콤하게 퍼지고, 국물에 담긴 꽃게탕은 몸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양념에 버무린 꽃게무침은 밥 위에 얹기만 해도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그물로 갓 잡아 올린 꽃게는 비린내조차 없어 바다의 단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꽃게는 가을이 준비한 가장 풍요로운 선물이다.




4. 축제의 풍경, 사람들의 이야기


홍원항 축제는 단순한 미식의 장이 아니다. 아이들은 물고기 잡기 체험에 환호성을 지르고, 어판장에서는 전어와 꽃게를 고르는 손길이 분주하다. 낯선 이들과 나란히 앉아 전어를 굽고 꽃게를 나누는 순간, 항구는 거대한 식탁이 된다. 바다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계절의 이야기를 함께 쓴다. 축제의 본질은 먹거리보다도 그 풍경 속에 있다.



5. 가을의 진수를 맛보다


돌아오는 길, 항구에 남은 불향과 바다내음이 옷자락에 스며든다. 전어의 고소함, 꽃게의 달콤함, 아이들의 웃음과 항구의 소란이 하나의 기억으로 엮인다. 서천 홍원항은 가을 바다가 주는 진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무대였다. 먹거리와 체험, 그리고 사람 냄새까지 함께 버무려진 이 하루는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되새김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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