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을 달리는 길에서 시작된 안면도의 하루

해저터널, 숲, 꽃, 그리고 한 그릇의 맛


1. 바닷속의 길 위에서


차창에 맺힌 물방울이 반짝이며 달려왔다. 7km에 이르는 보령해저터널은 바다 한가운데로 뻗어 있었다. 천장 위로는 물고기 무리가 꿈틀거리듯 빛을 흩뿌렸고, 나는 마치 거대한 수족관 속을 달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통행료마저 무료라니, 여행의 시작부터 이미 선물을 받은 듯했다. 바닷속 길 위에서 시작된 여정은 그렇게 안면도로 이어졌다.



2. 숲이 들려주는 노래


안면대교를 건너 도착한 자연휴양림은 가을의 숨결을 품고 있었다.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솔잎 향이 짙게 번지고, 대나무 향이 맑게 스며든다. 그 향은 어떤 인공 향수보다 자연스럽고 깊었다. 숲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향수병 같았다. 잘 정비된 길 위에서 혼자는 사색의 발걸음을, 가족은 웃음 섞인 산책을 즐겼다. 숲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그러나 고르게 가을을 나누어 주었다.




3. 시간을 거슬러, 공룡의 세상으로


숲길을 벗어나면 공룡의 시대가 펼쳐진다. 안면도 쥐라기공원은 실물 크기의 뼈 화석과 다양한 전시물로 아이와 어른 모두를 끌어당긴다. 야외에는 거대한 공룡 조형물이 서 있고, 알을 품은 포토존 앞에서 여행자는 누구나 카메라를 든다. 순간, 나 또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웃음을 지었다. 시간의 무게가 잠시 사라지는 공간, 그곳에서 나는 공룡과 함께 서 있었다.




4. 꽃과 바다가 만나는 자리


코리아 플라워파크는 사계절 다른 색으로 여행자를 맞는다. 봄에는 튤립, 여름에는 장미와 수국,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불빛이 핀다. 옆에 자리한 꽃지해수욕장은 석양이 붉게 번질 때가 절정이다. 할미·할아비 바위 너머로 물드는 낙조는 한국 10대 절경이라 불릴 만했다. 바다가 저녁노을을 품을 때,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물들어 간다.




5. 한 그릇에 담긴 바다


여행의 끝은 언제나 맛이다. 충청도의 별미 게국지탕은 꽃게와 단호박, 김치가 어우러진 국물 속에 가을을 담고 있었다. 한 숟가락 뜨는 순간, 바닷바람이 국물 속으로 녹아드는 듯 따뜻했다. 든든한 한 그릇이 속을 채우자 하루의 여정이 완성되었다. 해저터널의 신비, 숲의 향기, 공룡의 시간, 꽃과 바다의 낭만, 그리고 한 그릇의 맛. 안면도는 가을의 모든 빛깔을 단 하루에 담아내는 여행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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