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홍원항에서 만난 가을의 낭만
어느덧 하늘이 깊어지고 바람 끝에 서늘함이 묻어나는 계절, 가을입니다. 이맘때면 저는 바다를 가장 그리워합니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만큼이나 풍성한 맛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 바로 충남 서천 홍원항이죠.
도시의 분주함을 잠시 뒤로하고 서해로 차를 몰았습니다. 목적지는 전국의 미식가들이 손꼽는 제23회 서천 홍원항 자연산 전어·꽃게 축제 현장입니다. '축제'라는 단어가 주는 활기찬 설렘과, 가을 바다가 선사하는 싱싱한 맛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고소함의 유혹, 홍원항을 가득 채운 전어 냄새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 이 흔한 속담이 홍원항에 도착하는 순간, 비로소 현실의 유혹이 됩니다.
항구 골목을 걷자마자 코끝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는 전어구이였습니다. 연탄불 위에서 기름을 지글지글 흘리며 구워지는 전어들. 그 냄새는 단순히 식욕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낭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은 전어구이 한 점은, 입안 가득 고소한 기름의 풍미를 퍼뜨립니다.
저는 뼈째 썰어낸 전어회 한 접시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꼬들꼬들 씹히는 식감과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이 일품이었죠. 아삭한 채소와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낸 전어무침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즐기는 이 싱싱한 맛의 향연이야말로,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
지금이 절정! 달콤한 가을 꽃게의 유혹
올해는 특히 꽃게가 풍년이라는 소식에 기대감이 더했습니다. 음력 그믐 즈음에 살이 가장 꽉 찬다는 가을 꽃게를 마주했습니다.
선홍빛으로 잘 쪄낸 꽃게찜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껍데기를 열자 꽉 찬 달콤한 속살과 주홍빛 내장이 반짝입니다. 단맛이 강하고 담백한 그 살을 발라 먹는 순간, 바다의 깊은 맛을 통째로 들이킨 듯했습니다. 서천 앞바다에서 그물로 갓 잡은 꽃게는 비린내가 거의 없어 그 달콤함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혹시 꽃게를 직접 구매하신다면, 판매하시는 분께 잡는 방식을 살짝 여쭤보는 것도 꿀팁이 될 수 있습니다.
시원하고 칼칼한 꽃게탕은 해장과 보양을 동시에 선물합니다. 꽃게의 깊은 맛이 우러난 국물은 서해의 정수를 담고 있었습니다.
항구의 낭만을 더하는 서천 드라이브
홍원항 축제는 미각뿐만 아니라, 항구 특유의 정취와 여유로움까지 선사하는 곳입니다. 항구 인근의 어판장에서 싱싱한 전어와 꽃게를 저렴하게 직접 구매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죠. 물론, 주말에는 주차가 혼잡하니 오전 9시 이전 일찍 도착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맛있는 여정을 마쳤다면, 서천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이어가세요. 해송 숲과 고운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춘장대 해수욕장에서 가을 바다를 거닐고, 아이들과 함께라면 다양한 해양 생물을 만날 수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바다의 풍요로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서천 홍원항 축제. 고소한 전어 냄새와 달콤한 꽃게의 맛, 그리고 서해의 낭만까지 한가득 안고 돌아온 하루였습니다.
이번 주말, 서천으로 가을 미식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