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 " 선배, 저 요즘 너무 힘들어요. 배에서도 적응을 못하는 것 같고 군생활도 때려치우고 싶어요. 출근도 하기 싫은데 어쩌죠. 인생도 너무 재미없고 맨날 꼬여있는 것 같아요."
나 : " 헐, 나도 요즘 일하기 싫다... 나도 요즘 인생 사는 게 재미없어. 현타도 오고 그래. 공부도 하기 싫고 운동도 그렇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후배 : "엥? 선배, 최근에 무슨 모임도 다녀오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잘 살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나 : "나도 요즘 힘들어서 상담도 받고 있고, 인간관계도 줄여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어. 잘 살고 있다니? 누가 그래?"
후배 : " 아... 선배 sns 보니까 맛있는 음식 사진이랑 좋은 곳 다녀온 곳 있어서..."
나 : "... 그거 5달 전에 올린 포스팅인데? "
후배 : "...! 몰랐어요."
짧은 대화이긴 했지만 후배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배에게 전화해서 고민에 대해 상담을 받고 싶었으리라. 잘 살고 있는, 멋진 선배의 모습으로. 그 후배는 사관학교 때부터 곧잘 나를 따르던 후배였고, 내가 서울대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도, 선배는 항상 멋진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며 나를 부러워했었다.
사관학교는 기본적으로 위계질서가 확실하게 확립되어 있는 곳이고, 그런 것들에 대한 군기가 굉장히 힘든 곳이었기 때문에 후배였던 나의 눈에는 선배들이 마냥 멋있어 보였다. 선배들이 대단해 보였고, 나도 훗날 선배가 되면 멋진 선배들처럼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업무를 같이 하게 되며 선배들도 나와 같이 하루하루를 고민하고, 때로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배도 사관학교 때부터 봐왔던 멋진 선배였던 내가 힘들다고 했던 것을 듣고 처음에는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그 친구와 전화를 하면서 그 친구는 본인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굉장히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 저는... 저만 힘든 줄 알았어요. 남들은 다 잘 이겨내고 사는 것 같은데.. 저만 그런 것 같아서..."
"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도 요즘 살다 보니까 업무는 그럭저럭 하는 것 같은데 우울한 것 같고 무기력해."
사관학교 때 선후배의 모습보다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친구의 의견을 들어주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친구는 다시 마음을 잡고 해 볼 용기가 생긴다고 했다. 본인만 그런 것이 아니고, 그저 걸어가는 길의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을.
참 웃기지만, "나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당연한 말이 무너져 있는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우울감이 나를 덮쳤을 때,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 책과 유튜브를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알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때때로 힘들어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데,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나에게는 그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잘 나가는 그들도 때로는 힘들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 중 한 분은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최고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선후배 동기, 사무실 사람들로부터 업무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분이셨다. 이 분의 진급 길은 보장된 미래였다. 그렇지만 그도 힘들다. 윗사람들이 시키는 일들을 하다 보니 야근에 몸이 상했다. 회식도 빠지면 안 되니 일찍 퇴근하는 날은 회식에 참석해서 늦게까지 술을 마셔야 한다. 몸은 점점 고장 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일은 늘어나기만 할 뿐이다.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지만, 그의 딸은 본인을 어색해한다. 평소에는 멀리 떨어져 있고, 업무로 늦게 퇴근을 하다 보니 가족들과 데면데면 해지는 본인이 보인다. 열심히 할수록 외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열심히 일해서 유명한 대기업에 입사한 내 친구는
흔히 말하는 sky 대학을 졸업하고 비교적 일찍 입사한 편이었다. 처음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하니까 하늘에 닿을 듯이 기뻤다.
매일마다 실적 압박에, 열심히 공부해서 회사에 왔더니 윗사람들이 알려주지도 않고 일만 시킨다. 출근해서 윗사람 눈치 보고, 동기는 업무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일은 다 나한테 온다. 공부 열심히 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결국은 월급쟁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퇴근을 해서 집으로 가는 길, 하하호호 사람들이 웃으면서 지나간다. 세상에 나만 힘든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해서 cpa에 합격해서 대형 회계법인에 들어간 모 선배가 있다. 남들은 전문직이다. 뭐다 하면서 부러워하는데 나랑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바쁜 업무에 치여서 살다 보면,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을 만날 창구도 없다 보니 집에서 쉬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평생 이 일을 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부모님은 본인을 자랑스러워하고 주변에서도 부러워하니, 사람들 앞에서는 웃어본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삶을 살다 보면 힘든 순간에 봉착하게 된다.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힘들어하면서 살고, 그러면서 성장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불편하고 힘든 감정을 조금씩 받아들이며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발전하고, 단단해진 나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직은 나 스스로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멘털이 쿠크다스처럼 약해질 때도 있어 주제넘다고 생각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사실 나 스스로가 힘들었을 때, 누군가가 조금 일찍 말해줬더라면 더 도움이 되었을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서 작성하게 되었다.
'당신만 힘든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누군가도 '그만의 걱정과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도 나만의 삶의 방식을 살아가면서 이따금 겪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