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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Nov 02. 2021

불꽃.  꺼지기 전 너무나 찬란한 아름다움

불꽃이 말을 했다

10월의 마지막 날.

70이 넘으신 교수님 시골 댁에 놀러 갔다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불꽃을 보았습니다.

캠프파이어는 여러 번 해봤지만,

불이 타오르는 모습이 불꽃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진짜 불꽃을 보았습니다.


장작이 제대로 말라 있어서인지 아주 잘 탔습니다.

아주 두꺼운 장작도 쉽게 불이 붙고 활활 타올랐지요.


잘 마른 장작처럼,

어릴 때는 활활 타오르기 위한 준비를 잘해야 하겠네요.


청년이 되면 주저 없이 불 속에 뛰어들어

활활 타올라야겠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다 키울 때까지는

절대 꺼지지 않게 계속 잘 준비된 장작을 넣어줘야겠어요.


어떠한 고통도, 어떠한 어려움도, 어떠한 슬픔도 

모두 내 불 안에 넣어 다 태워버리고,

가족들에게는 오직 따뜻함만 주었어야 하는데,

가끔 잘못 넣은 장작으로 인하여 

가족에게 불똥을 튀게 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동안 불꽃을 여러 번 만났을 터인데,

저에게 불꽃이 말을 걸어온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말을 했음에도 들을 겨를이 없었거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겠지요.


"이제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머지않아 불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결국은 재가 될 것이니."


아직은 불이 타오르며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고,

삶에서 계속 춤을 추고 있지만,

결국 이 불은 꺼지겠지요.


"나를 한 번 봐. 잘 안 보여?

사진을 찍어서 자세히 봐봐."


한 번도 찍어 본 적이 없는 활활 타고 남은 것을 찍었습니다.

확대를 해봤습니다.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불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곧 까만 재가돼버릴 터인데,

활활 타오르던 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너무나 멋진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불이 타오를 때보다

오히려

꺼지기 직전에 더 찬란하고 아름다운 불꽃은

시들어져 가는 나에게

마지막 말을 하고 재가 되었습니다.


"비록 언제 한 줌의 재가돼버릴지 모르지만,

너도 나처럼 더욱더 찬란하게 빛나야 해.

그동안 열심히 타올랐으니 충분한 자격이 있어.

남은 인생 멋지게 마무리해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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