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말을 했다
70이 넘으신 교수님 시골 댁에 놀러 갔다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불꽃을 보았습니다.
캠프파이어는 여러 번 해봤지만,
불이 타오르는 모습이 불꽃인 줄로만 알았었는데,
진짜 불꽃을 보았습니다.
장작이 제대로 말라 있어서인지 아주 잘 탔습니다.
아주 두꺼운 장작도 쉽게 불이 붙고 활활 타올랐지요.
잘 마른 장작처럼,
어릴 때는 활활 타오르기 위한 준비를 잘해야 하겠네요.
청년이 되면 주저 없이 불 속에 뛰어들어
활활 타올라야겠습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다 키울 때까지는
절대 꺼지지 않게 계속 잘 준비된 장작을 넣어줘야겠어요.
어떠한 고통도, 어떠한 어려움도, 어떠한 슬픔도
모두 내 불 안에 넣어 다 태워버리고,
가족들에게는 오직 따뜻함만 주었어야 하는데,
가끔 잘못 넣은 장작으로 인하여
가족에게 불똥을 튀게 하는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동안 불꽃을 여러 번 만났을 터인데,
저에게 불꽃이 말을 걸어온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말을 했음에도 들을 겨를이 없었거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겠지요.
"이제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머지않아 불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결국은 재가 될 것이니."
아직은 불이 타오르며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고,
삶에서 계속 춤을 추고 있지만,
결국 이 불은 꺼지겠지요.
"나를 한 번 봐. 잘 안 보여?
사진을 찍어서 자세히 봐봐."
한 번도 찍어 본 적이 없는 활활 타고 남은 것을 찍었습니다.
확대를 해봤습니다.
너무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불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곧 까만 재가돼버릴 터인데,
활활 타오르던 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너무나 멋진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불이 타오를 때보다
오히려
꺼지기 직전에 더 찬란하고 아름다운 불꽃은
시들어져 가는 나에게
마지막 말을 하고 재가 되었습니다.
"비록 언제 한 줌의 재가돼버릴지 모르지만,
너도 나처럼 더욱더 찬란하게 빛나야 해.
그동안 열심히 타올랐으니 충분한 자격이 있어.
남은 인생 멋지게 마무리해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