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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Dec 17. 2020

생애 최초의 음식

엄마들은 왜 맛있는 젖을 떼려 할까.


엄마는,

10개월 동안 탯줄을 통해서 나를 먹여 살리셨다.

태어나서는 무려 4년간 젖을 먹여주셨다.

두 살 터울의 동생이 태어났기에, 당연히 나는 세 살 이후로 젖을 먹으면 안 되었는데...


포유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밖에 없고, 생애 첫 금단 증상을 느껴야 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젖을 떼야하는 일일 것이다.

엄마의 젖은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맛을 본 것이고, 

하루 중 자는 것을 제외하면 항상 가까이하고 있는 것이며,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젖만 물려주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심신이 평안해지기에

젖을 먹다 잠드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

이쯤 되니 자다가도 웬만큼 깊이 잠들지 않았다면 

젖을 빼는 순간 깨어나서 대성통곡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단순히 생명을 영위하기 위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엄마와의 밀착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치료제이다.     


영국의 정신의학자인 메라니 클라인은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와 우유를 

먹고 자란 아이의 성장 과정과 성장 후의 정서 및 지능을 비교 연구했다.      

모유를 먹고 자란 사람은 신뢰감과 사랑, 협동심, 감사하는 마음 등 선량한 정도가 

높은 데 비해 우유를 먹고 자란 사람은 성장과정에서 병치레가 잦았으며 

탐욕과 질투심이 많고 고집스러운 등 불량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가 건강하고 ,

엄마의 젖을 만지면서 자란 아이가 성격도 좋다. 

엄마의 젖을 먹지 못하고, 엄마의 젖을 만지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젖을 먹고 자란 아이에 비해 건강과 성격도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은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통계상 유의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모유는 하나님이 아기의 건강을 위해 엄마에게 주신 최상의 선물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것이 있기 때문에

먹어 본 맛이 아닌 것은 모두 자신을 해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있어

엄마의 젖 외에는 제 아무리 맛있는 것을 줘도 입에서 밀어 내버린다.     


엄마의 젖에 관한 재밌는 유머가 생각난다.

우유보다 젖이 좋은 이유

1. 휴대가 간편하다.

2. 보온이 확실하여 항상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3. 입 안 가득히 채워지기 때문에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4. 모든 맛을 골고루 느낄 수 있다.

   (엄마가 딸기를 드시면 딸기우유를, 바나나를 드시면 바나나 우유를 등등)

5. 부패할 염려가 없다.

6. 울기만 하면 즉각 먹을 수 있다.

 (우유를 타려면 물 끓이고, 우유 타서 식히고 기다리다 배고파 죽는다.)

7. 경제적이다.

8. 깨지지 않고 쏟아질 염려가 없다.

9. 도둑맞을 염려가 없다.     


엄마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이렇게 좋은 젖으로부터 아이를 떼어놓으려고 한다.

내 엄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ㅇ 젖을 떼려는 엄마께 강력 저항하다.

예전에는 젖을 떼려면 쓰디쓴 마이신 가루를 젖에 발라 놓았다.

그러면 젖을 빨려고 달려든 아이는 쓴 맛을 보고 기겁을 하고 운다.

한번 쓴 맛을 봤다고 결코 포기하지 않고

완전히 정이 떨어질 때까지는 계속 달려들기 때문에

엄마와 아이는 한참 동안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

젖 달라고 우는 아이에게 매정하게 마이신을 먹였던 우리네 엄마들.

최소한 지금 70대 이상의 엄마들은 거의 이런 방식으로 젖을 떼야했을 것이기에

우리들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위 약발이 잘 안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면 너무 과장된 얘기가 되겠지만,

어찌 되었건 항생제를 본의 아니게 먹어야 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쓴 맛을 보고 엄청난 금단 증상과 씨름을 해야 했던 불쌍한 아이들.

그러나 한 번은 견뎌내어야 할 고통이었기에 참아야만 했을 것이다.


내 엄마도 예외 없이 젖에 마이신을 묻혀 놓으셨다.

그러나 난 아무렇지도 않게 마이신을 다 핥아먹고 젖을 빨았다.

놀란 엄마

“ 오메 야가 왜 이런다냐. 울도 안 허고 다 빨아 묵어 부러 야.”

혹시 마이신이 아닌 다른 것을 발랐는가 싶어 아무리 살펴보고 맛을 봐도 분명 쓴 마이신이었다.

몇 번을 당하고 나서(?) 엄마는 마이신 양을 늘렸다.

하얗게 변해버린 엄마의 젖.

그러나 난 천연덕스럽게 하얀 마이신 먼저 다 핥아먹고 마치 항생제 먹고 물을 마시듯이

너무도 맛있게 젖을 먹었다.

젖을 다 먹고 난 내 얼굴은 마이신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수밖에.

“ 오메 오메 뭐 이런 놈이 다 있다냐. 쓰지도 않당가. ”

젖은 떼야하고 얘는 마이신을 설탕 먹듯이 맛있게 먹어버리고 떨어질 생각을 안 하니

엄마는 더 쎈 마이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난 아무리 쎈 놈이 와도 전혀 굴하지 않고 꿋꿋이 이겨 나갔다.

사실 이겨 나간 게 아니라 마이신이 입맛에 딱딱 맞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입에 안 맞는 것은 바로 내뱉는 것이 유아기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결국 나에게서 젖을 떼지 못하셨고

2년 터울로 두 명의 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난 젖을 먹을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뱃속에 있을 때 나를 떼려고 약을 드신 엄마 때문이었다면,

그래서 처음부터 그 맛에 길들여져 

쓴 맛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있어 너무도 달콤하게 마이신을 먹었다면,

결코 과장이나 허무맹랑한 말은 아닐 것이다.

엄마 말씀에 의하면 젖에 묻혀놓은 마이신을 빨아먹은 것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은 손도 대지 않고 

서랍에 넣어놓은 마이신을 찾아내어 과자처럼 먹었다고 하니

그땐 나에게 가장 맛있는 식품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음에도 식도, 위, 장 등이 멀쩡하니 신기할 노릇.     

엄마의 젖이 나를 보호했으리라...


* 뒤집어 보기 : 내가 뱃속에서부터 약을 먹지 않았다면, 나는 젖을 빨리 뗐을 수도 있다.

  이유식 등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에 젖이라는 고영양소를 길게 먹지 못했다면

  나는 더욱더 약골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엄마께서 나를 떼어버리려고 약을 드신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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