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작세 Jan 03. 2021

울지 말라는 사람보다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날아라 개천 용 대사 중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더 멀리 사심 없이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


드라마 '날아라 개천 용'에 나온 대사이다.

처음 들어 본 말이다.

혹시 어떤 철학자의 말이거나 유명한 격언인가 해서 찾아보았다.

없었다.


한상만(전직 경찰)은 범인을 잡다가 낚시터에서 아들이 발을 헛디뎌 빠져 죽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내용을 들은 태용(권상우 분)은 눈물을 흘리고,

그 모습을 본 유경(기자)이 태용에게 한 말이다.

아주 포근한 표정과 함께.


울 줄 아는 사람이 더 멀리,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단다.

살면서 닥치는 온갖 역경을 눈물로 이겨낸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죽고 싶은 만큼 힘들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일어서겠다는 다짐도 들어있다.

눈물의 뒤 끝에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따라와야만 한다.


뭐 이런 정도의 대사였으면, 감동도 하지 않았다.

한 두 번 들어본 것도 아니고,

한 두 번 말한 것도 아니니.


'사심 없이'

난, 이 말에 꽂혔다.


더 멀리 날아가면 뭐하나.

더 높이 올라가면 뭐하나.

사심이 있다면,

결국

더 먼 곳, 더 높은 곳을 

바라볼 텐데.

날아가 봐야 올라가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는데.

멀리 날아가기 위해 누군가를 차 버리고

높이 올라가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을 텐데.

사심이 있는 사람이 흘리는 눈물은

그저 

악어의 눈물이거나

분해서 흘리는 눈물이거나

욕망이 가득 찬 눈물일 뿐일 텐데.


사심 없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람.

우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난,

얼마나 사심 없이 울었었는지 되돌아봐야겠다.




"왜 저랑 일해요?"

"울어서."

"요즘 기자들은 피도 눈물도 없어요. 그러니까 기사가 개판이지."


후배 기자와 선배 기자가 나눈 대화이다.

함께 일하는 이유가 '울어서'


후배 기자가 선배 기자에게 울면서 전화를 한다.

"정명희 학생 너무 불쌍해요. 아빠가 술 취해서 학교까지 찾아와서 때렸데요"


울 줄 아는 기자.

눈물이 있는 기자.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기자.

이런 기자가 없으니 요즘 기사들이 개판이라는...

언젠가부터 나는 기사의 제목만 읽는다.

낚시성 제목에는 클릭도 안 한다.

넘쳐나는 기사들에서 사람 냄새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에 꼭 필요한 것 한 가지를 말하라면

내 입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애 최초의 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