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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Jul 12. 2022

폭로를 해달랬더니 이거야 원. 긁적긁적

           7월 2주 '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우리 가족이 밝힌다! 폭로전]


이 글을 쓰기 위해 가족들에게 정신적 시간적인 피해(?)를 입힌 듯하여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할 듯합니다.

남편의, 아빠의 부탁이라 하지 않을 수는 없고

막상 폭로를 하려 하니 대외적으로 가족에 대해 폭로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서

허심탄회하게 말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답을 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글이 길어요. 가족들이 수고해줬기에

쪼갤 수 없었습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폭로를 해달랬더니, (가족 톡방에서 나눈 얘기를 가감없이 시간 순서대로 올립니다)


아내는 아래와 같이 손글씨로 써서 월요일 아침에 줬습니다.


월요일 저녁에 아래와 같이 큰 아들이 보내왔습니다.

내용이 많아 전체보기를 캡처.

딸은 이미 써놓았는지 조금 있다가 아래와 같이

바로 보냈습니다.


읽어보셨다시피

이건 폭로가 아니라 찬양에 가깝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고,

저는 평범한 중의 평범한 사람이므로

분명히 각자의 불만이 있을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성격도 있을 터인데

남편이라고 아빠라고 너무 봐준 듯합니다.


그래서,

자폭을 단행합니다.


ㅇ 과거의 정신적인 상처들로 인하여, 편하게 받아들여도 되는 것들에 대해 그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과거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고 많이 나아진 것 같지만 어떤 상황에 노출되면 저도 모르게 기전이 작동되곤 합니다.

이것이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나는 이 정도 하는데, 너는 왜 그러지 못하느냐'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가족 사이에는 일방적인 희생이 가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는 '푸마시' 정신에 입각하여,

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일방적인 희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서

가족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ㅇ 잘 삐집니다.

큰일이 생겼을 때는 화도 나지 않고 그 일을 수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지만,

작은 일에 잘 삐집니다. 길게 가지는 않지만.

그래서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글도 썼었지요. 자기변명이라 할까요?

큰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잘잘한 일에 신경을 잘 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어릴 때 만화 껌 안에 들어있는 작은 만화에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장성한 아들이 도둑질을 해서 경찰에 잡혀 가면서 엄마에게 말합니다.

"어릴 때 내가 바늘을 훔쳐왔을 때 엄마가 야단을 쳤더라면 내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이것이 제 뇌리에 깊이 박혔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키울 때, 잘잘한 일에 지적을 많이 했었지요.

아이들 교육은 부부가 같은 생각으로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남편이, 아빠가 대범하지 못하고 잘잘한 일에 간섭을 많이 했기에 이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듯합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다 컸고 저도 늙어서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니 다행이지요.

그래도, 여전히 잘 삐집니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제 마음대로 안돼요. 갑자기 삐지니까.


ㅇ 자기주장이 강합니다.

확신이 생기면(그렇다고 이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닐 수 있음에도) 웬만해서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각자의 일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하지 않지만,

가족 공동체 안에서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관철시킵니다.

물론 이것도 그만하고 싶어서 많이 물러서고는 있으나 워낙 강했었기에 여전히 강한 편입니다.


ㅇ 집에 너무 붙어 있습니다.

좋은 점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같이 있는 사람이 좋다고 하니 좋은 줄로 생각하고 있지만,

두식이는 기본이고 쉬는 날은 삼식이를 쭉 하고 있으니...

많은 부인들이 나이를 먹으면 영식이를 가장 좋아한다는데...


ㅇ 목소리가 큽니다.

평소에는 그래도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화가 났을 경우에, 말다툼이 있을 때 큰 목소리 때문에 가족과 이웃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최근에는 그러한 일이 없지만, 일 년에 한두 번은 피해를 입혔었습니다.

목소리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지만,

억울한 경우에는 제어가 쉽지 않습니다. 나이를 ㅇㅇ멍으로 먹었는지.


사실, 이것 때문에 스스로에게도 피해를 입힙니다.

좋은 의도로 한 말도 상대방에게는 나쁘게 들리게 만들고, 기껏 잘한 것을 다 까먹어 버리니까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가끔, 아주 가끔 큰 목소리가 유용하게 쓰일 때도 있지만.


ㅇ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요리를 좋아하고 이것저것 먹이고 싶어 하고 많이 먹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배가 금방 부르고, 배가 부르면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도 입에 대질 않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ㅋㅋㅋ


ㅇ 음식 쓰레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역할 분담은 정확히 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좀 막힌 구석이 있습니다.

저는 밖에서 일을 하고, 아내는 전업주부이니 자기의 일은 자기가 하자 뭐 이런 거지요.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개고, 이런저런 것을 하는데

음식 쓰레기는 버리지 않습니다.

제가 비위가 많이 약해요. 이건 비겁한 변명이지요?

누군 비위가 강해서 버리러 갑니까?

한 두 번 버려 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놔두었다가 내일 버리면 되지'라고 말한 후로는 더 이상 요구하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음식물 처리기를 사겠다고 했었습니다. 시차를 두고 여러 번 했었지요.

거절당했습니다. 한 달에 몇 백 원이면 되는데 왜 그런 비싼 것을 사느냐고.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어서 꼬리를 내렸습니다.


ㅇ 논리에 맞지 않거나, 앞뒤가 다른 말을 하면서 같은 대화가 반복되거나,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겠나 싶은 것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가족끼리는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것이지 꼭 이치에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닌데,

말하다가도 생각이 바뀌면 앞뒤가 다를 수도 있는데,

행동을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리 하지 못한 것뿐인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것도 지속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지그시 누르죠.

하지만, 사람이 어디 쉽게 바뀝니까?

열심히 노력은 하겠지만, 쉽게 바뀌지 않을 수 있기에 가족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ㅇ 운전 중에 욕을 합니다.

이거 정말 고쳐야지 하면서도 잘 안됩니다.

순간 튀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운전할 때는 테이프로 입을 붙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테이프를 붙이기 싫으면, 운전을 하지 말거나 음...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러다 책 한 권 쓰겠습니다.

일단 이 정도만...


꼴 보기 싫은 것이 꽤 있을 텐데도

대외적으로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좋은 말을 해 준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아래는 보글보글 매거진 로운님의 글입니다

https://brunch.co.kr/@psa0508/653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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