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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Jul 15. 2022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건 큰 복이다

오늘 탑건을 봤습니다.

아주 재미있다는 평을 보고 가서인지, 

'그냥 평범하게 재미있는 영화구나'라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죠.

사실 뻔한 스토리에 누구나 예측 가능한 전개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사지로 가는 매버릭과 남아있는 혼도가 마지막인 것처럼 대화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네요.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 죽여 울었습니다.


-매버릭 "다시 못 보게 된다면 그동안 고마웠어"

-혼도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대령님"


저는 이상하리만치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데,

죽음으로 이별하는 장면이나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복받쳐 올라옵니다.


죽을 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계획적으로 죽기 전에는 거의 대부분이 혼자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죽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습니다.

단지, 갑자기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고사에 대해 각별히 조심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의의 죽음이 저를 좀 비켜가 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습니다.


2055년에 죽는 것이 목표이기에 일단은 그때까지 치매에 걸리지 않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단련시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고 있기에,

최소한 자식들이나 아내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만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2055년 2월 16일. 

그동안 알았던 사람들에게 전화로 작별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가족을 포함하여 저와 아주 가까웠던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얘기를 나누며 서로를 다독거려주고 나서 눈을 감고 싶습니다.


만약, 그 이전에

몹쓸 병이 저의 죽음을 앞당긴다면,

이에 서글퍼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그날이 2055년 2월 16일인 것처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때쯤이면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매 시각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살아야겠네요.^^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자 마지막 득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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