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글보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작세 Aug 16. 2022

58. 여름 바다를 처음 느끼다

보글보글 매거진 3주 차 "여름 바다 그리고 추억"

하늘에서는 태양이 뜨거운 입김을 인정사정없이 불어대고,

땅에서는 엄청난 열기가 온몸을 휘감을 때,

바다를 향해 달려가 풍덩 몸을 던지면 얼마나 시원할까요.

커다란 튜브 위에 몸을 눕히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갓난아기 때 엄마가 요람을 흔들어주듯이

파도가 이리저리 밀어주니 너무나 평안하고 재미있습니다.


여름에 시원한 계곡을 놔두고

태양에 온 몸을 노출시켜야 하는 바다에 굳이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면

"사람 구경하러 가지요"

넓은 파라솔 아래에서 시원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바다에서 뛰노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구나' 싶습니다.


사람 구경하려면 시장만 한 곳이 없는데? 왜 바다까지?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옷을 많이 입고 있지만,

바다에서는 남자는 작은 것 한 개, 여자는 작은 것 두 개만 걸치고 있으니

무언가에 감추어져 있지 않은 날 것을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보고 싶은 만큼 실컷 봐도 아무런 저촉을 받지 않는 곳이 바다니까요.


해가 사라지고 난 바닷가는 그야말로 축제입니다.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고, 함성이 파도 소리를 덮을 때

'치이이익' 맥주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시면,

이보다 시원한 맛은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여름의 태양보다 더 이글이글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혈기 왕성한 청년은

낮에 눈여겨봐 두었던 선녀에게 다가가 수작을 부리고,

선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청년이 가지고 갈 옷을 살며시 내려놓으면,

여름 바다에서만 가능한 일이 벌어집니다.


이번 주 주제인 '여름 바다 그리고 추억'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데,

혈기 왕성할 때에, 바다와 전쟁을 벌일만한 열정이 있을 때에

바다라고는 가본 적이 없는 저는

여름 바다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어서

영화와 드라마, 누군가가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나름대로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좋긴 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여름 바다를

58살이 된 올해 여름에야 느껴봤습니다.

이른 여름이어서인지, 사람도 별로 많지 않았고

마치 시장에 온 것처럼 모두 옷을 많이 입고 있어서

상상했던 여름 바다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지만,

드라마에서 봤던,

밀려오는 바다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연출할 수 있었죠.

상주 은모래비치입니다.

신발을 벗고, 아주 고운 모래를 맨 발로 밟고 서서

밀려오는 바다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첫 경험을

나이가 먹을 만큼 먹고서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더운 날이었지만,

바다가 다리를 덮친 순간

'아 이맛이구나'

비록, 풍덩 담그지는 못했지만.

시원함과 상쾌함과 짜릿함이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왕이면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무려(?) 37년을 만났으니

함께 해보지 않은 것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아직 있었네요.

처음으로 맨 살을 다(?) 드러내 놓고 바다를 느꼈습니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네요.


여름 바다는

어느 나이에 가더라도

방법만 다를 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름 바다는

쉼이고요.

여름 바다는

호흡이고요.

여름 바다는

회복이네요.


한번 느껴 본 여름 바다는

제 마음을 계속 유혹하고 있습니다.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보글보글과 함께하고픈 재미난 주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로 제안해주세요.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매주 일요일 주제가 나간 이후, 댓글로 [제안] 해 주시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사위에게 건넨 '말 한마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